4년前 대장암·간암 수술 '高위험군'… 24시간 응급조치로 고비 넘겨

조선일보
  • 이지혜 기자
    입력 2015.06.23 03:00

    [메르스와의 전쟁]

    -메르스 이겨낸 癌환자 2명
    불면증·우울증도 시달려와 처음엔 격리 치료 두려워해… 의료진 30명, 밤낮으로 돌봐
    면역력 떨어지는 암환자들, 메르스에 취약해 특히 주의

    4년 전 암 수술을 받고도 메르스를 물리친 완치자가 나왔다.

    의료계에 따르면, 메르스에서 완치된 29번 환자 홍모(77)씨와 105번 환자 A(63)씨는 각각 대장암과 간암으로 4년 전 수술을 받은 암 환자였다. 암 환자는 면역력이 약할 수밖에 없어 메르스에 취약한 고위험군이므로 특히 주의해야한다. 22일 현재 메르스 사망자 27명 가운데 최소 7명이 암을 앓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암 환자는 이런 불리한 조건을 물리치고 메르스를 극복한 것이다.

    동국대경주병원에서 메르스 치료를 받은 홍모(77)씨가 20일 의료진의 축하 꽃다발을 받으며 퇴원하고 있다.
    동국대경주병원에서 메르스 치료를 받은 홍모(77)씨가 20일 의료진의 축하 꽃다발을 받으며 퇴원하고 있다. 홍씨는 4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았고, 만성 통증 때문에 우울증까지 겹쳐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였지만 이 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메르스를 이겨냈다. /뉴시스
    홍씨는 지난 5월 15~17일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같은 병동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걸렸다. 4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홍씨는 이후 만성적인 통증 때문에 우울증까지 왔다. 동국대경주병원 측에 따르면, 입원 당시 홍씨는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무기력하게 누워 지내다 폐렴이 왔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까지 걸려 심각한 상태"였다. 이 병원 중환자의학과 최대해 교수는 "처음엔 격리병상에 입원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해서 정신과 치료로 홍씨를 진정시켜야 했다"고 말했다.

    열흘 뒤 고비가 찾아왔다. 메르스 폐렴이 폐 양쪽으로 번지고 잘 낫지 않자, 패혈증 쇼크가 온 것이다. 의식이 혼미해지면서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다. 최 교수는 "혈소판과 항혈전제를 즉시 투여해 이틀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메르스 상황.
    이후 항생제로 폐렴이 조금씩 잡히면서 홍씨 상태가 호전됐다. 허약한 홍씨에게 항바이러스제는 쓰지 못했지만, 대신 영양을 집중 공급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 홍씨 자신의 치유 능력이 조금씩 살아난 것이다. 병원 측은 "서른 명에 이르는 의사·간호사가 밤낮으로 돌봤다"고 했다. 간호사들은 방호복을 입고 격리병실로 들어가 홍씨에게 매끼 미음을 떠 먹이고, 배변을 돕는 등 온갖 병 수발을 다 들었다. 이후 홍씨는 혼자 힘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 최 교수는 "의료진이 교대로 24시간 홍씨를 지켜보다가 상태가 나빠질 때마다 응급 조치를 즉각 시행한 덕분인 것 같다"면서 "홍씨 같은 환자는 한두 시간만 조치가 늦어져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홍씨가 퇴원할 즈음 '이렇게 아픈데 살면 뭐 하나 싶어 나쁜 맘 먹은 적도 있었는데, 내가 잘못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면서 "그 후로는 집에 가시겠다는 일념으로 평소엔 찾지 않던 고기 반찬도 열심히 드셨다"고 했다. 홍씨의 폐 X선 사진에서 염증의 하얀 그림자가 조금씩 없어지더니 결국 깨끗해졌다. 지난 20일, 홍씨는 의료진에게 거듭 "고맙다"고 손을 흔들며 퇴원했고, 평택 집으로 돌아갔다.

    A씨는 지난달 27~28일 '수퍼 전파자' 14번 환자가 입원 중이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걸렸다. 아픈 아내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병을 얻은 셈이다. A씨는 6월 9일 메르스 확진을 받고 서울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병원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은 "B형 간염이 암으로 진행돼 4년 전에 수술 받은 환자인데, 암 치료 경과가 좋아서 정상인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고 했다. A씨도 나흘 정도 병세가 심했다. 38도 이상의 고열에 심한 두통과 온몸의 통증으로 끙끙 앓았다. 독한 항바이러스제를 쓰면서 구토를 하기도 했다. 최 과장은 그러나 "A씨가 비교적 평온하게 잘 이겨냈다"면서 "간 수치가 잠시 나빠졌으나 곧 돌아왔고, 열흘 만에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