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20일… 따뜻하게 받아준 동료 정말 고맙다"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5.06.19 03:00

    [메르스와의 전쟁] 40번 확진자서 최연소 완치자된 24세 최준석씨

    "잔기침 나고 열이 약간 나, 시간 지나도 더 아파지지 않아
    질 거란 생각은 해본 적 없어… 친구·가족 못 보는게 힘들어
    정부가 하는 걸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반복"

    "저는 친구가 많은 편이에요. 그런데 저와 만났던 많은 친구 중에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요."

    세상과 동떨어진 방과 병실에서 20일을 보낸 24세 젊은이는 격리 생활을 끝내면서 '희망'을 이야기했다. 약 2주간 '40번 확진자'로 불리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 최준석(24)씨는 지난 17일 오후 '이름'을 되찾고 '완치자'란 새로운 호칭을 얻었다. 이날 새로 추가된 메르스 퇴원자 5명 가운데 1명이 최씨다.

    지금까지 메르스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최씨는 "메르스는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질병"이라며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메르스에 감염됐다가 격리 치료를 받고 완치돼 17일 퇴원한 최준석씨는 경기도 평택시의 자택 앞에서 “‘지지 않겠다’고 마인드 컨트롤 하며 메르스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메르스에 감염됐다가 격리 치료를 받고 완치돼 17일 퇴원한 최준석씨는 경기도 평택시의 자택 앞에서 “‘지지 않겠다’고 마인드 컨트롤 하며 메르스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최씨는 지난달 22일 맹장염에 걸려 평택성모병원을 찾아 수술을 받고 이 병원에 입원했다. 이 병원은 첫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여러 감염자가 나온 한국판 메르스의 진원지였다. 불운하게 최씨는 이때 메르스 확진자가 있는 병동에 입원했다. 지난달 28일 퇴원한 최씨는 메르스 감염 우려가 제기돼 일주일 동안 자가격리를 하다가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13일간 치료받았다.

    전날 퇴원한 최씨는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증상은 잔기침이 나고 열이 약간 나는 정도였다"며 "시간이 지나도 더 아파지진 않아서 메르스에 질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통증보다 그를 괴롭힌 건 외로움과 생업(生業)에 대한 불안이었다고 했다. 물류업체에서 일한다는 최씨는 "몸은 괜찮았지만 20일간 친구와 가족을 못 보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했더니 아버지가 '눈물이 난다'라고 문자를 하더라. '난 괜찮은데…'란 생각이 들며 나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스무날 동안 일을 하지 못했으니 당장 뭘 먹고 살지 걱정이었는데 회사와 동료가 따뜻하게 받아줘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메르스를 이겨낸 젊은이는 "고맙습니다"란 말을 자주 했다. 퇴원 소감을 묻는 말에 최씨는 "(병에 걸린 전력이 있는데도) 따뜻이 반겨준 가족, 친구, 회사 동료에게 고맙다"고 했다. 불안에 빠져 있는 평택 지역 주민에게는 "메르스는 개인 면역력에 따라 전염 여부도 다르고, 통증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알려진 것처럼 전염력이 강하진 않다. 평택이 '유령도시'가 됐단 말도 있는데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최씨는 정부의 '늑장 대응'엔 분노했다. 그는 "정부가 하는 걸 보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같다"고 말했다. 잇따라 벌어지는 자가격리자의 이탈 문제에 대해선 "시민 의식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격리자를 전수조사해 격리로 입은 피해를 보상해주겠다는 약속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가 보상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니 생업에 쫓긴 격리자의 이탈이 계속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지난 9일 오전 퇴원한 77세 김복순 할머니는 "난 죽을 거란 생각 안 했어"라고 말했다. '최연소 완치자' 최씨의 말도 같았다. "제 경우 병을 이길 수 있었던 건 '지지 않는다'라는 마인드 컨트롤 때문이에요. 메르스는 이길 수 있는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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