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40]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6.18 03:0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이 있다. 프랑스 대표 문학 작품 중 하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이 끝까지 읽기 힘든 작품일 것이다. 4000장 가까운 분량에 지루한 내용이니 말이다. 그런데도 작품이 유명한 이유는 마들렌(Madeleine) 과자 덕분일 거다. 이야기 앞부분에서 주인공은 조개 모양 마들렌 과자를 먹으며 신기한 발견을 한다. 과자의 맛과 냄새를 경험하는 순간 과거 일들이 생각나고, 기억은 잊고 살았던 또 다른 추억들을 되새긴다. 하나의 과자가 주인공의 과거, 그러니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 준 것이다.

    인간의 감각은 오감을 뛰어넘는다. 온도, 중력, 압력, 전기, 가속… 수없는 물리적 자극에 반응하는 감각 센서들이 존재하니 말이다. 감각 센서를 통해 인지된 정보들은 후두엽(시각)·측두엽(청각) 같은 뇌의 특정 영역으로 전달되는데, 전혀 다른 감각 자극을 처리하는 영역들치고는 비슷한 신경회로망 구조를 갖고 있다. 므리강카 수어 MIT 교수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후두엽이 파괴되면 청각·시각 모두 측두엽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개별적인 감각 정보들은 뇌의 상위 레벨에서 점차 합쳐지기 시작한다. 시각 정보가 청각 정보와 통합되고, 후각 정보가 기억 정보와 융합된다. 마들렌 과자의 맛과 향기가 과거에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것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뇌 과학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는 말이다.

    질문이 하나 생긴다. 우리 모두의 감각이 언제나 합쳐지고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낸다면 왜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 같은 문학 작품을 탄생시킬 수 없는 것일까? 결론은 이거다. 창의력과 융합 능력은 키울 필요가 없다. 뇌 작동 원리의 본질이 융합이니 말이다. 우리는 뇌가 만들어내는 융합적 시선이 사회적 편견과 무지를 통해 무능력과 무기력으로 탈바꿈하지 않도록 조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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