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도 '빅 사이언스'에 투자해야

조선일보
  • 조장희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 특임연구위원·미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
    입력 2015.06.17 03:00

    조장희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 특임연구위원·미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 사진
    조장희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원 특임연구위원·미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

    한국은 세계 8대 경제대국이 된 오늘날 원천기술의 부족으로 더 이상 진전을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기초과학에 뿌리를 두지 못하고 남이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기술만 가지고는 더 이상 선진 산업국가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없다. 게다가 중국이 잘 훈련된 인적자원을 가지고 우리를 바짝 쫓아오고 있다.

    오늘날 경제는 '과학기술 경제'이다. 과학기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산업기술의 기본이 되는 과학기술은 오랜 시간과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거대 과학연구 시설을 기반으로 한 연구인 '빅 사이언스(Big Science)'이다. 빅 사이언스는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 과실(果實)은 엄청나게 크다. 인터넷도 거대과학의 본산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부산물이다.

    최근 과학계는 빅 사이언스 없이는 좋은 연구결과를 낼 수 없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수백만 볼트의 전압이 필요한 전자현미경이 좋은 예다. 좀 더 첨단의 새로운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수백만 볼트 이상의 새로운 전자현미경을 개발해야 연구를 선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투자 액수로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1위이지만 빅 사이언스에서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력 부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빅 사이언스는 충분히 훈련된 인적자원, 즉 대형 연구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그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20세기 과학기술 발전은 2차대전을 겪으면서 과학기술의 본거지였던 유럽 선진국들의 과학자 영입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도 근래에 '1000인 프로젝트'로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 1000명을 영입해 빅 사이언스에 도전하려고 한다.

    빅 사이언스를 주도할 인력은 대학이 맡아야 한다. 세계 과학을 주도하는 미국의 빅 사이언스는 대학에서 꽃을 피웠다. 미국 UC버클리 캠퍼스의 산등성이 전체를 차지한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LBL)가 대표적인 예다. LBL은 3000명이 넘는 연구원들이 입자물리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기초연구를 하는 세계 최대의 대학연구소다. 한 해 수십억달러의 연구비를 쓰면서 대학교수들과 학생들이 연구하고 있다. 이들이 수행하는 장기 프로젝트는 수많은 파생기술과 특허를 쏟아내고 있다.

    빅 사이언스는 그 단위가 크다. 하지만 연구비의 분배는 결국에는 개개인에게 작게 나누어 많은 연구자에게 주는 것과 똑같다. 원래 대학은 교수와 박사후 연구원, 학생 등 많은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하는 곳이다. 다만 큰 목표를 세워 같이 일하는 것이 빅 사이언스의 특징일 뿐이다.

    대학이 빅 사이언스를 수행하려면 과학자 영입에 자율권을 가져야 한다. 연구자를 선발하고 영입하는 과정은 대학과 같이 연구하는 학자들이 모인 곳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 사이언스를 하는 연구중심대학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도 투자해야 하지만 대학 역시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정부는 대학이 투자한 만큼 그에 대응하는 연구비를 투자하면 된다. 대학들은 이제 대리석으로 도배한 도서관이나 교수 식당을 짓기 전에 연구에 먼저 투자해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