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 콘서트' 신은미, 日 강연서 "한국서 마녀사냥 당했다"

입력 2015.06.16 23:08 | 수정 2015.06.16 23:28

북한을 찬양하다 지난 1월 강제출국 당한 재미동포 신은미(54)씨가 16일 오후 6시 도쿄 북쪽 기타(北)구 구립회관에 들어섰다. 오는 22일까지 일주일간 오사카·나고야 등 6개 도시를 돌며 벌이는 일본 순회 강연 첫 행사였다. 200석 강의실이 꽉 찼다. 방청객 대부분이 우리 귀에 어색한 한국어를 썼다.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이 주로 쓰는, 북한 억양이 감도는 한국어였다.

강연 시작 전, 입구에 선 안내원들이 1000엔씩 내고 들어가는 방청객들을 유심히 살폈다. 옷차림이 남다른 사람이 있으면 “어쩐 일로 오셨습네까? 한국어 할 줄 압네까?” 했다.

연단에 선 신씨는 나긋나긋한 말투로 “한국에 있을 때 ‘종북콘서트 그만 좀 하고 빨리 가’ 그런 얘기가 들리니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한 것 같았다”면서 “그래도 조국이니까 사랑하는 마음으로, 비싼 돈 내가면서 북한을 여행하느라 한국 돈으로 1억원은 쓴 것 같다”고 했다. 방청객들은 신씨가 무슨 말을 하건 수시로 박수를 쳤다.
지난 1월 '종북 콘서트' 논란에 휩싸인 신은미씨가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고 있다. /장현성 객원기자
성악을 전공한 신씨는 강연 도중 홍난파의 가곡 ‘성불사의 밤’을 불렀다. “제가 금강산 성불사에서 이 노래를 불렀는데, ‘친일파 노래를 불러서 어떻하지?’ 걱정했어요. 근데 그곳 스님이 뛰어나와 2절까지 부르시는 거에요.”

신씨가 연극배우처럼 팔을 쭉 뻗으며 “제가 ‘북한에 젊은 지도자가 등장해 기대감이 충만하다’고 하니까 검찰이 조사했는데, 아니 그럼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했는데 기대에 차는게 당연하지 않냐”고 했다. “우리도 박근혜 대통령이 됐을 때 ‘이명박 정부 때보다 좋아질거야’ 하지 않았습니까?” 방청객이 박수를 쳤다. “박근혜는 안돼, 쯧쯧.”

신씨는 “북한은 4대강 사업을 안 해 물이 깨끗하다”고 했다. 방청객이 “오오!” 하고 박장대소했다. 신씨 자신도 말하다말고 여러 차례 소리내서 ‘호호’ 하고 웃었다. 남을 조롱하는 내용일 때가 많았다. 별로 논리적이진 않았다. “한국에서 제가 가는 곳마다 할아버지들이 나와서 ‘북으로 가라’고 하는데, 그분들 일당 받는다는 거에요. 이 추운 날씨에 측은한 생각이 들면서, ‘우리 조국이 노인복지가 잘 되어 있다면 저분들이 저렇게 나오지 않으실텐데’ 생각했어요.” 방청객은 또 박장대소했다.

이날 신씨는 “제가 (북한 사람들이) 멋지게 대동강맥주 마시는 모습을 봤다고 하니까 그게 북한을 고무하고 찬양한 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씨가 국내에서 비판을 받은 것은 대동강맥주 얘기 때문이 아니었다. 신씨는 종북콘서트에서 대동강맥주 얘기 말고도 숱한 얘기를 했다. “북한에는 세계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레스토랑이 즐비하다”고 했다. “평양엔 건설붐이 불고 있어 몇 달새 수십층짜리 건물이 솟더라”고 했고, “노동당 간부들이 동네 아저씨처럼 친근하다”고 했다.
16일 오후 일본 도쿄 키타쿠 구민회관 '호쿠토피아'에서 신은미씨가 강연하고 있다. /양지혜 특파원
이날 신씨는 “북한엔 질좋은 지하자원과 값싼 노동력이 있고, 과학기술 최고봉이라는 우주항공 기술이 있다”고 했다. 그 기술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얘기, “북한 사람들이 기대감에 차 있다”던 지도자가 고사포로 측근을 처형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방청객이 “북한 동포가 굶주린다는데 북한 모습을 얼마나 아시느냐. 조금 더 땅에 발을 붙이고 실천적인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 신씨는 “저는 여행자로 간 사람이라서, 말씀하신 그런 얘기는 더 깊이 연구하시는 분들이 할 일”이라고 했다. 신씨는 2011~2013년 북한을 다섯 차례 여행했다. 그 60일간 본 일로 책 세 권을 썼다.

신씨는 자신이 한국에서 “왜곡된 보도로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족들이 종북 콘서트 논란을 다룬 보도를 보고 일제히 “조카 결혼식·돌잔치에 오지말라”고 카톡을 보내더라고 했다. “우리 어머니는 제가 살인을 했어도 무슨 이유가 있을 거라고 감싸줬을 분인데, 제가 빨갱이라니까 ‘네가 종북 활동 하는 동안은 우리 만나지 말자. 네가 아름다운 은미의 모습으로 돌아오면 그때 다시 만나자’고 하시더라”면서 “그걸 보고 ‘아, 한국에서 반공 안하는 건 살인죄보다 더 무서운 죄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 주최자는 조총련 등으로 구성된 ‘6·15 공동선언실천 일본지역위원회’였다. 신씨는 강연 전 모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에서 “일본 강연은 민단과 조총련 공동주최”라고 주장했으나, 민단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와 아무 상관 없는 일이고, 신씨가 허위사실로 우리 명예를 훼손한 것을 강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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