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곧 기록입니다. 숫자만으로도 녹색 다이아몬드가 머릿속에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야구만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요. 그라운드의 숨은 기록을 새롭게 밝혀내 독자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OSEN=윤세호 기자] KBO리그에서 야수 수비력은 기록 사각지대에 있다. 야수의 타격능력과 투수의 투구능력은 각종 지표를 활용해 평가할 수 있지만, 수비력만큼은 현존하는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타구 추적 시스템을 활용해 야수들의 수비범위(UZR)를 측정하고 있으나, KBO리그에선 아직 이와 관련된 데이터가 없다.

예전에는 에러수로 수비력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수마다 수비 범위가 다른 만큼, 에러를 수비력과 동일선에 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수비폭이 넓은 야수일수록 에러가 기록될 확률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팀 수비를 평가함에 있어 팀 전체 에러수를 보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그렇다면 KBO리그 수비력을 확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쉽게도 야수 개인의 수비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없지만, DER(Defense Efficiency Ratio: 홈런 삼진 볼넷 등을 제외한 인플레이 타구 중 아웃된 타구의 비율. 간단하게 범타처리율이라고 볼 수 있다)을 통해 팀 수비력은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KBO리그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2015시즌 DER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NC 0.706. 2위 SK 0.705. 3위 삼성 0.704. 4위 한화 0.696. 5위 KIA 0.694. 6위 넥센 0.686. 7위 두산 0.683. 8위 LG 0.674. 9위 롯데 0.674. 10위 kt 0.661

DER을 기준으로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가장 수비력이 향상된 팀은 한화다. 한화는 2014시즌 DER 0.659로 리그 최하위에 자리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향상된 성적과 더불어 중위권으로 올라섰다. KIA도 약진했다. KIA는 2014시즌 DER 0.665로 리그 8위였는데 올 사즌은 5위까지 올라갔다. 반면 LG는 지난해 DER 0.693으로 리그 2위였는데 올해에는 8위에 그치고 있다.
 
물론 DER이 수비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시프트가 잘 먹히고, 투수의 제구가 좋아 의도한 방향으로 범타가 유도될 때 DER은 올라간다. 그런데 DER이 수비 범위를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2·3루간을 꿰뚫는 2루타성 타구를 유격수가 슬라이딩해 단타로 막아도, DER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경기를 꾸준히 지켜보면 팀 수비력은 체감할 수 있다. 한화팬들과 KIA팬들은 DER이 올 시즌 양 팀의 수비력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 잘 알 것이다.

[drjose7@osen.co.kr]

기록- 스포츠투아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