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구급차內 감염 발생… 당국 "병원밖 지역사회 확산은 아니다"

조선일보
  • 김민철 기자
    입력 2015.06.15 03:12

    메르스 4차 감염 경로 정리 표

    13일부터 3차 감염자로부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된 4차 감염자가 등장하면서 메르스의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13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33번(70) 환자는 76번 환자(여·75·사망)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디. 133번 환자는 지난 5~6일 76번 환자가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을 오갈 때 이동시켜준 민간 구급대의 구급차 운전자다. 76번 환자는 지난달 28~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해 있다가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3차 감염자이므로, 133번 환자는 3차 감염자로부터 감염된 첫 4차 감염자인 셈이다.

    14일 확진된 145번 환자(37)도 76번 환자를 이동시킬 때 133번 환자와 동승한 민간 구급대 보조요원이어서 두 번째 4차 감염 사례로 기록됐다.

    133번, 145번 환자는 76번 환자를 이송하면서 수술용 마스크는 착용했지만 장갑은 착용하지 않았다고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밝혔다.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것은 물론, 손이나 장비에 묻어서도 감염되기 때문에 환자를 이송할 때는 장갑 등 개인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해야 하는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보건 당국은 4차 감염은 단순히 메르스 바이러스가 3명의 감염자를 거쳐 전파됐다는 의미일 뿐, 병원 밖 감염이나 지역사회 전파와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4차 감염 사례가 병원 밖에서의 감염이긴 하지만 환자를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생긴 사례인 만큼 아직은 불특정인으로부터 감염돼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4차 감염이라는 용어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3차 감염이냐, 4차 감염이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병원 내 전파'냐, 아니면 '지역사회로 확산'이냐를 따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한림대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33·145번 케이스는 공간이 병원이 아닌 구급차라는 점만 다를 뿐, 확진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노출된 '병원 내 전파' 양상과 똑같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우디아리비아에서도 4차, 5차 감염 사례가 있었다. 다만 이번 4차 감염 발생으로 메르스 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 과정에서 전염력이 점점 약해지는 것 같다는 메르스 확산 초기 가설은 깨지게 됐다. 메르스 바이러스가 2차, 3차 등 여러 사람의 숙주를 거쳐도 전염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계속 전파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3차 감염자로부터 감염되는 4차 감염 사례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삼성서울병원 '수퍼 전파자'인 14번 환자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환자·보호자·문병객들이 전국 곳곳으로 흩어져 속속 3차 감염자로 확진되고, 이들이 확진 전까지 다수의 사람과 접촉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감염 사례가 다수 등장한다는 것은 감염 경로를 확인할 수 없이 퍼지는 단계인 '지역사회로 확산'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감염 경로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평택 경찰관인 119번(35) 환자의 경우 보건 당국은 이 환자가 평택박애병원에서 또 다른 환자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병원 CCTV 확인 결과 119번 환자가 감염원이 된 환자보다 먼저 병원을 떠난 것으로 확인돼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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