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지(60) 여사가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1950년 수교 이래 중국과 미얀마의 우정은 비바람이 불어도 변하지 않았다"며 "국제 정세가 어떻게 바뀌어도 양국 우호를 발전시키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중이 중국과 중국 공산당을 더 깊게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양국을 "휴척여공(休戚與共·기쁨과 슬픔을 함께한다)의 운명 공동체"라고 표현하면서 "미얀마의 주권 독립과 영토 안정, 자주적으로 선택한 발전의 길, 민족화해 프로세스 등을 지지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시 주석이 수지 여사에게 "중국과 미얀마의 관계 강화를 위한 당신의 의지에 감사를 표시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지 여사는 "이번 방문을 통해 양당 관계를 심화시키고 양국 인민 간의 우호 관계를 전향적으로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지 여사는 미얀마 제1야당인 NLD 대표단을 이끌고 10일 베이징에 도착했다.

11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얀마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표단을 이끌고 방중한 수지 여사가 중국 주석 시진핑(習近平) 을 만나 양국 및 양당(공산당과 NLD)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수지 여사는 14일까지 베이징·상하이·윈난성 등을 방문하며 인문 교류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북경청년보는 이날 "수지 여사가 14일까지 베이징·상하이·윈난성 등 3개 지역을 방문해 인문 교류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수지 여사의 구체적 동선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베이징은 정치, 상하이는 경제, 미얀마와 국경을 맞댄 윈난성은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중국은 수지 여사의 일정을 통해 정치·경제·문화 전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신(新)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성공을 위해 인도양 길목인 미얀마를 단단하게 묶어두려는 모양새다.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수지 여사를 만나는 것은 오는 11월 대선 승리가 유력한 미얀마 야당과 정치적 유대를 쌓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은 서방의 비난에도 미얀마 군부 독재 정권을 줄곧 지원했다. 그러나 2011년 선거로 집권한 테인 세인 대통령은 군인 출신이지만, 중국 그늘을 벗어나 미국 등과 관계를 빠르게 개선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 처음 미얀마를 방문한 것도 중국을 긴장하게 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날 "중국은 수지 여사를 초청해 미얀마 현 정권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수지 여사는 상하이에서 양국 경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위해 미얀마와 경제 협력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미얀마 서부 해안(인도양)과 윈난성 쿤밍을 연결하는 송유관·가스관을 지난해 완공했다. 그러나 미얀마 댐 건설과 구리광산 개발은 환경 파괴 등을 우려한 현지 주민의 반대로 중단된 상태다. 중국은 현지인에게 인기가 높은 수지 여사가 중국 기업의 미얀마 진출에 우호적 입장을 밝혀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얀마 타임스'는 "이번 방중을 계기로 미얀마 수도(네피도)와 쿤밍을 철도로 연결하는 약 200억달러(약 22조2000억원)짜리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다"고 전했다. 수지 여사가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윈난성은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중 35개 민족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중국은 소수민족에게 관대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주변국을 포용할 것이란 메시지를 그녀에게 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