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정부, 메르스 전담병원 단순히 지정만… '환자 핑퐁' 해결 못해

조선일보
  • 이지혜 기자
    입력 2015.06.11 03:00 | 수정 2015.06.11 03:44

    ['진료의 틀'은 뒤늦게 구축… 사전에 병원상태 점검 부족]

    확진 환자 '치료 병원' 16곳, '노출자 진료 병원' 32곳 지정
    감염 진단부터 치료까지 단계별로 신속히 환자 돌보는 '진료 하이웨이' 만들어야

    정부는 10일 메르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치료 병원' '노출자 진료 병원' '안전 병원' 등을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의료계에서는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 지정으로만 끝나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권덕철 총괄반장은 10일 브리핑에서 "메르스로 확진된 중증 환자를 진료하는 '치료 병원' 16곳, 메르스에 노출돼 발병이 우려되는 의심 환자를 돌보는 '노출자 진료 병원' 32곳을 지정한다고 밝혔다. 권 총괄반장은 또 병원협회와 협의해 발열·기침 증상이 있는 일반인이 메르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 병원'도 11일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메르스 진료의 틀은 구축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병원 내 감염과 병원 간 전파 차단이 메르스 확산을 막는 최선책임을 감안하면 진작 이런 '메르스 진료 하이웨이'를 만들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메르스 환자 격리 및 치료 능력이 있는 병원을 가려 환자는 그곳으로만 보내고, 나머지 병원들은 메르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스템이 없으면 전국 병원들이 메르스에 노출돼 병원 간 전파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

    10일 전국 최초로 메르스 환자만을 진료하는‘메르스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경기도립 수원병원 앞 임시 진료소에서 방문객들이 의료진의 문진을 받고 있다.
    메르스 전담병원 본격 가동 - 10일 전국 최초로 메르스 환자만을 진료하는‘메르스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경기도립 수원병원 앞 임시 진료소에서 방문객들이 의료진의 문진을 받고 있다. /뉴시스
    그래픽뉴스 크게보기
    메르스 진료 지정 병원.
    실제 부산의 동래봉생병원 입구에는 '메르스(MERS) 관련 진단/치료가 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신 분은 벨을 누르신 후 들어오지 마시고 대기해 주십시오'라는 안내 문구가 곳곳에 붙었다. 이 때문에 병원이 환자를 거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메르스 환자를 제대로 격리할 능력이 부족한 병원이라면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병원으로서는 원내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환자들도 진료 거부를 당하지 않기 위해 다른 병원에 갔거나 여행한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

    ◇격리 시설, 보호 장비 지원해야

    이날 정부 발표에 따르면 '스크리닝→진단→치료' 각 단계별로 환자를 보낼 수 있는 큰 틀은 뒤늦게나마 짜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이 병원들을 발표하기 전에 각 병원의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점이다. 치료 병원이나 노출자 진료 병원으로 지정됐지만, 음압 격리 병실이 충분하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병원도 있다. 음압 격리 병실이 있더라도 중환자실 안에 있어서 이미 입원 중인 다른 환자들을 모두 옮겨야 하는 곳도 있다. 또 중증 메르스 환자를 진료할 때 의료진이 착용해야 하는 보호 장구가 아예 없는 곳도 많다고 의료계는 전했다. 단순히 지정만으로는 '환자 핑퐁'을 막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번에 지정된 치료 병원의 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는 사전 연락도 없이 발표부터 해버렸다"면서 "확진받은 메르스 환자만 온다면 급하게라도 병동 구조를 바꿔 운영해보겠지만, 의심 환자들까지 모두 몰려들면 이들을 확진하는 동안 어디에 격리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왕준 병원협회 메르스대책위원장은 "메르스 환자에 대한 스크리닝→진단→치료가 일사천리로 이뤄지려면 각 단계에 있는 병원 간에 환자를 어디로 보내면 되는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이런 준비 작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치료 병원에는 추가로 필요한 감염내과 전문의 등 의료진을 파견하고, 이들이 안심하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필요한 보호 장비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경기도는 지정 병원 37곳에서 메르스 환자 상담과 검사를 맡고, 일단 환자가 확진되면 치료를 수원의료원에서 전담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나머지 병원들은 메르스 환자와의 접촉 자체를 차단할 수 있고, 환자도 어느 병원을 가면 되는지 확실해진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