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大田 을지대병원 중환자실 50명 메르스 노출… 확산 차단 총력전

입력 2015.06.11 03:00 | 수정 2015.06.11 14:26

[여기서 막아야 확산 잡는다… 초비상근무 대전 을지대병원 르포]

-응급실 1차 노출
삼성서울병원 거친 암환자, 응급실서 환자 62명 등 노출… 중환자실로 옮긴 후 사망

-을지대병원 '死鬪'
접촉 의료진 30명도 격리 "개미 한마리까지 철통방어"

10일 오후 1시쯤 대전 서구 을지대병원은 긴장감이 역력했다. 중환자실 앞 '메르스 관련 직원 외 출입 통제' 팻말 앞에 마스크 쓴 직원들이 경계하는 눈빛으로 기자의 접근을 막았다. 응급실 옆 작은 출입문엔 쇠사슬이 묶여 있고, 폐쇄된 응급실 안은 소독 작업이 한창이었다. 안내 데스크 직원도, 환자들도 두꺼운 마스크 차림이었다. 외래 환자는 60%쯤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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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엄격 통제 - 10일 오전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사망한 가운데 중환자실 출입이 통제됐다. 을지대병원은 다른 환자들의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응급실 소독 작업을 하고 노출된 환자들을 중환자실이나 1인실에 격리했다. /신현종 기자
[뉴스특보] '제3의 숙주' 우려…을지대병원 '비상' TV조선 바로가기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62세 남성(90번 환자)은 10일 새벽 3시 10분쯤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사망했다. 특히 이 병원 중환자실 환자 50명은 이 환자가 중환자실에 들어온 시각부터 중환자실 음압실에 별도 격리되기까지 41시간 동안 고스란히 노출됐다.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대규모 메르스 3차 발병이 우려된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889병상 규모의 을지대병원 측은 1981년 개원 이래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노출

90번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와 함께 있었다. 이어 자택 격리 중에 발열, 호흡곤란 증세 등으로 옥천의 병·의원을 잇따라 방문한 다음 6일 오후 6시 37분 산소호흡기를 쓴 채 을지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당시 체온은 38도였고,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환자 측은 삼성서울병원에 있었다는 말은 없이 옥천성모병원에서 왔다고만 했다"는 게 을지대병원 측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이 남성 환자는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이동하기 전까지 2시간 33분 동안 다른 환자(62명)와 의료진 등에게 1차 노출됐다. 노출된 환자 중 이미 퇴원한 55명은 자가 격리 상태고, 응급실에서 곧장 퇴원하지 않고 을지대병원에 입원한 환자 7명은 이 병원 1인 병실에 격리됐다.

을지대병원 응급실·중환자실 메르스 노출 일지.
더 큰 위험 상황은 이 환자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벌어졌다. 이 환자가 메르스 감염 환자인지를 모르는 상태로 다른 환자들과 함께 장시간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6일 오후 9시 10분 내과계 중환자실에 들어서서 8일 오후 2시 10분 중환자실 내 음압실에 격리되기까지 41시간 동안 중환자실 내 다른 환자 50명(내과계 26명, 외과계 24명)이 노출된 상태다. 더구나 7일 오후 1시쯤엔 호흡곤란이 심해진 이 남성에게 기관 내 삽관(기도 확보를 위해 기관 내에 관을 삽입하는 것) 시술까지 이뤄졌다. 김윤 서울대병원 의료관리학 교수는 "기관 내 삽관을 하면 환자에게서 나오는 바이러스 묻은 침이 더 잘게 쪼개지고, 수증기처럼 더 널리 퍼지는 '에어로졸 전파' 가능성이 있어서 더 위험하다"고 했다. 병원 측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었다는 사실을 환자가 숨겼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별도로 확인했고, 8일 오후 2시 10분쯤 메르스 환자란 강한 의심이 들어 음압실 격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8일 오후 대전보건소는 이 환자 검체를 가져갔고, 이날 밤 11시 30분 확진 판정이 나왔다. 10일 새벽 3시 10분에 결국 사망한 남성의 기저질환(원래 앓던 병)은 간암, 당뇨, 만성폐색성폐질환 등이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밀접 노출된 의료진은 30여명인데, 이 중 10여명은 병원 내에서, 다른 의료진은 자가 격리 상태다. 사망 환자가 중환자실에 무방비 노출될 당시 병문안 온 가족 등 72명은 자가 격리 상태라고 대전시는 밝혔다.

◇제2의 삼성서울병원 막아야

이 병원 의료진은 을지대병원이 제2의 삼성서울병원이 되는 것은 꼭 막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 병원은 자체적으로 메르스 비상대책본부를 꾸렸다. 10일 병원에서 만난 대책본부 상황실장 김승민 교수는 "메르스 사태로 최근 3일 동안 3~4시간 쪽잠 잔 게 전부"라고 했다. 수염이 덥수룩했다. 위험 환자가 모인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의료진은 마스크는 물론 방진복까지 갖춰 마치 우주복을 입은 듯한 차림새다. "한번 입으면 땀이 비 오듯 쏟아져 30분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메르스 환자는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중환자실에서 최근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의 시신까지 병원 밖으로 나가지 못해 일부 유가족들이 항의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중환자실에서 "메르스 의심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없다"는 것이 을지대병원 설명이다. 김승민 교수는 "특히 중환자실은 '개미 한 마리 지나지 않도록' 철통 방어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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