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대학수학능력시험인 '가오카오(高考)'가 7일 중국 전역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8일까지(일부 지역은 9일) 이어지는 올해 시험에는 총 942만명이 응시했다. 세계 최대 규모 시험이다.
중국의 대입 경쟁은 한국 뺨친다. "시험 한 번이 평생을 결정한다(一考定終生)"는 말도 있다. 사회 신분 이동이 날로 어려워지는 중국에서 가오카오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기회로 여겨진다. 그러나 명문 베이징대의 농촌 학생 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30%에서 10%로 떨어졌다.
경쟁 열기를 타고 각종 부정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문제다. 이날 허난성 뤄양(洛陽)시는 날개가 6개인 드론(무인기·사진)을 고사장 상공에 띄웠다. 이 드론은 500m 이내 상공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탐지하고, 주파수의 발신 위치를 찾아내는 성능을 갖췄다고 중국일보가 전했다. 라디오 전파를 이용해 수험생에게 답을 알려주는 부정행위를 적발하겠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대입 때마다 '쥐와 고양이 전쟁(猫鼠大戰·부정행위 감시)'이 벌어진다"며 "부정행위가 교묘해지는 만큼 단속 방법도 첨단화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교육 당국은 시험에 앞서 초소형 카메라·이어폰·문자 전송기 등의 판매를 일체 단속했다. 초소형 카메라로 문제를 찍어 보내고, 이어폰이나 문자 전송기로 답을 받는 부정행위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지난해 조직적 대리 시험으로 홍역을 앓았던 허난성은 수험생이 신분증과 수험증만 가지고 고사장에 들어가도록 했다. 모든 필기도구는 성 당국이 무료로 제공했다.
수험생은 고사장 입구에서 신분증 확인 후 지문 검색과 얼굴 촬영까지 통과해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지난해 허난성에선 대리 응시자가 127명 적발됐다. 당시 지문 검색을 했지만, 대리 응시자가 진짜 수험생의 지문을 얇은 막에 본떠 자신의 손가락에 붙이고 검색대를 통과하는 바람에 무용지물이 됐다.
대리 응시자는 가난한 명문대생이 많은데, 최소 7만위안(약 1200만원)을 받고 부유층 자제의 시험을 대신 쳐준다. 인민망은 이날 "장시(江西)성에서 조직적 대리 시험 행위가 적발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푸젠성·후베이성 등은 수험생의 손목시계 휴대를 금지했다. 애플워치처럼 무선 통신과 사진 촬영이 가능한 첨단 제품이 부정행위에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반입 금지는 기본이다. 중국은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지만, 입시 철이면 전국의 불교·도교 사원은 북새통을 이룬다. 자식의 좋은 성적을 기원하는 부모들이 과일 등 공물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