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정확한 정보 알면 국민들 불안?… 病院 입 막는 '청개구리 복지부'

입력 2015.06.06 03:00

["메르스 관련 병원 공개" 병원협회 회견 제동… 국민 공포심만 키워]

확진 판정 3차감염 의사 모임 참석 사실 알고도 쉬쉬
환자를 다뤄야 할 의사들도 관련 병원 이름 모르는 상황
"모두 궁금해하는 정보 주고 합리적인 행동 지침 내려야 국민들 공포감 해소 가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충분한 정보 제공을 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메르스와 같이 백신·치료제가 없고 특성도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전염병일수록 특히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 사실을 폭로한 소동도 사실 보건복지부가 진즉 정보를 공개했으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지난달 31일 해당 의사에 대한 문진(問診)을 통해 재건축조합 총회 참석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고, 3일 서울시와 이 문제를 놓고 협의까지 했다. 그런데 매일 브리핑을 하면서도 이 문제를 숨겼다.

5일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건물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 대응 TFT에서 참가자들이“국민 혼란을 막기 위해 메르스 관련 병원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일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건물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 대응 TFT에서 참가자들이“국민 혼란을 막기 위해 메르스 관련 병원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갑 신종감염병 대응 TFT위원장, 김형규 의협 국민건강보호위원회 위원장,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 이진석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이태경 기자
박 시장이 폭로성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보건복지부가 국민에게 알리고 이러이러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으면 국민 불안이 덜했을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매일 메르스 확진자 숫자와 이에 따른 격리자 숫자를 발표하지만 이 숫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온 것인지, 격리 이외에 추적 조사와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대상이 누구인지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메르스 관련 병원 이름 공개 문제에 대해 국내 병원들의 대표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는 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병원들의 이름을 스스로 공개하려고 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메르스 환자가 있는 병원 명단이 떠돌고, 메르스 환자를 격리시설에서 치료하는 병원이 메르스 발병(發病) 병원으로 잘못 알려져 피해를 보는 병원들이 늘어나자 결정한 일이었다. 이 협회는 전날 "단계적으로라도 메르스 관련 병원 정보를 공개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무지(無知)가 초래하는 불필요한 불안과 공포는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5일 오전 협회의 이런 입장은 갑자기 뒤집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협회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복지부 등에서 여러 차례 (자제를 요청하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결국 기자회견 예정 시간을 3시간여 앞두고 기자회견은 연기됐다. 다른 것도 아니고 병원들 스스로 공개하겠다고 나섰는데, 정부가 정보 통제를 하는 것은 도를 넘은 일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환자를 다뤄야 할 의사들도 메르스 관련 병원 이름을 모르는 상황인데, 최소한의 정보 공유는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뜬소문으로 인한) 병원과 환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당국에 병원명 공개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메르스 환자가 발병한 병원으로 정부가 밝힌 곳은 30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 한 곳뿐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진원지 역할을 한 평택성모병원은 지금까지 한 번도 어쩌다가 이런 일이 있었는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이 병원 양모 이사장은 "메르스 사태 초기부터 복지부는 병원 측이 언론과 개별적으로 인터뷰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고 할 말도 많지만 사태가 진정된 다음 얘기하겠다"며 입을 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지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에서 주춤거리고 있고, 이런 복지부의 자세가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복지부의 획기적인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2009년 신종플루 때는 확진 환자가 나올 때마다 그간의 행적과 만난 사람들을 일자·시간대별로 모두 공개했다"며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미국은 작년 5월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환자의 동선과 진료 병원, 치료 경과에 이르기까지 감염자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복지부는 정보를 주면 혼란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아주 일차원적인 반응"이라며 "국민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충분히 주면서 국민이 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지침까지 주는 것이 국민의 공포감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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