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세계는 鐵道 전쟁 중

입력 2015.06.06 03:00

손진석 국제부 기자
손진석 국제부 기자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4월 독일에 갔을 때 베를린중앙역에 찾아갔다. 그는 거대한 역사(驛舍)를 구석구석 누비며 갖가지 시설물이 빈틈없이 돌아가는 비결을 캐물었다. 열차 발착(發着) 시스템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설명을 들었다. 국빈 방문한 외국 정상이 기차역을 둘러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모디가 독일에서 '철도 견학(見學)'을 한 것은 철도야말로 인도를 본격적으로 달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철도 인프라를 바탕으로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라는 자신의 산업화 전략을 궤도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독일의 간판 기업 지멘스(Siemens)는 향후 인도에서만 열차 수요가 1600량 있다며 인도에 관련 공장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열차 한 량당 10억원대 안팎이니 1조원 넘는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철도 전쟁'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요즘 세계 각국은 철도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철도를 촘촘하게 깔아 도약하려고 애쓴다. 기반이 잡힌 나라들은 고속철도를 추가해 교통 혁명을 꾀하거나 철도를 수출해 국가적 역량을 확장하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독일계 교통 컨설팅회사 SCI페어케어는 올해 197조원 규모인 세계 철도 시장이 2018년에는 232조원으로 확장될 것으로 내다본다.

인도가 자국에 철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열심이라면 중국은 철도를 통한 패권 확장에 몰두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얼마전 안데스 산맥을 관통하는 횡단철도를 건설하겠다며 남미를 방문했다. 동쪽의 브라질과 서쪽의 페루를 잇는 11조원짜리 사업이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양양(兩洋) 철도'로 불리는 이 노선을 중국은 자신들의 자본과 기술로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산(産) 열차가 철도 종주국인 영국을 누비고 다니는 광경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만나 영국이 구상 중인 고속철도 사업을 해보고 싶다며 공을 들였다.

'철도 제국(帝國)'을 꿈꾸는 중국에 맞서 기술만큼은 앞선다고 자부하는 일본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동남아시아는 중국과 일본이 고속철도 수출을 놓고 충돌하는 지점이다. 태국의 방콕과 치앙마이를 잇는 13조원짜리 고속철도 공사를 따내기 위한 '중·일 전쟁'에서는 최근 일본의 신칸센(新幹線)이 승전고를 울렸다. 양국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90분에 주파하는 고속철도의 차종(車種) 선정을 놓고 재격돌한다.

교통망이 넉넉한 선진국들도 고속철도를 추가해 경제활동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시도한다. 미국에서는 LA와 샌프란시스코 사이 1287㎞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 공사가 올해 첫 삽을 떴다.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유럽의 철도 강국들도 고속철도 길이를 늘이는 데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미래의 부(富)를 선점하기 위해 각국은 철도를 놓고 한판승부를 벌이느라 부산하다. 하지만 이런 흐름과 관련해 권위 있는 언론매체나 주요국 정부가 한국을 언급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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