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의 전쟁] 평택성모병원 問病·간병인·의료진 100여명 한곳서 통합관리해야

입력 2015.06.05 03:00

['메르스 진원지'를 잡아야 감염 사태의 불길 잡힌다]

대다수 자택격리 중 - 보건소 직원이 하루 두번 전화 체크로는 통제 '구멍'
병원協의 제언 - "특단의 조치 필요한 국면… 통합관리땐 의료진 파견"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36명의 메르스 환자 모두 한국인 최초 환자(1호)에서 비롯됐다. 특히 1호 환자가 지난달 15~17일 단 3일간 입원한 평택성모병원 8층 병동을 통해 27명의 메르스 감염자가 나왔다. 1호 환자가 들른 동네의원 두 곳의 의료진 감염자 2명을 제외하고, 아내를 포함해 33명 감염의 출발지는 이곳이다. 3차 감염을 일으킨 2차 감염자 두 명도 평택성모병원 메르스 출신이다. 현재까지 국내 메르스 사태의 핵심은 이 병원 내에서 벌어진 메르스 집단 전염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평택성모병원, 조기 봉쇄했어야

돌이켜보면 메르스 진원지 평택성모병원을 진작에 봉쇄하지 못한 것이 메르스 전파를 초래한 결정적인 패착이다. 방역 당국은 애초에 메르스는 2m 이내 밀접 접촉자에게만 전염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도 그렇다.

폐쇄된 평택성모병원… 배기구 없는 오른쪽 병실이 ‘진원지’- 국내 최초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해 다른 환자들에게 옮기면서 ‘메르스 진원지’가 된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의 1층 로비 모습(위 사진). 병원 전체가 폐쇄되어 한산하다. 아래 사진은 첫 메르스 환자가 머물던 이 병원 8층 8104호실(오른쪽)과 옆방인 8103호실 정면 모습. 8104호실과 8103호실은 원래 하나였던 병실을 두 개로 나눈 탓에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배기구(동그라미 안)가 2개 모두 8103호실에만 있고, 최초 메르스 환자가 머물던 8104호실에는 없다. 그 때문에 최초 환자가 기침할 때마다 나온 고농도 메르스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가득차 8층 병동 전체로 확산되면서 확진자가 속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폐쇄된 평택성모병원… 배기구 없는 오른쪽 병실이 ‘진원지’- 국내 최초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해 다른 환자들에게 옮기면서 ‘메르스 진원지’가 된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의 1층 로비 모습(위 사진). 병원 전체가 폐쇄되어 한산하다. 아래 사진은 첫 메르스 환자가 머물던 이 병원 8층 8104호실(오른쪽)과 옆방인 8103호실 정면 모습. 8104호실과 8103호실은 원래 하나였던 병실을 두 개로 나눈 탓에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배기구(동그라미 안)가 2개 모두 8103호실에만 있고, 최초 메르스 환자가 머물던 8104호실에는 없다. 그 때문에 최초 환자가 기침할 때마다 나온 고농도 메르스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 가득차 8층 병동 전체로 확산되면서 확진자가 속출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진한 기자

방역 당국이 1호 환자 아내와 동일 병실 환자에게 방역 감시를 집중한 이유다. 하지만 나중에 1호 환자 병실과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병실에서도 감염자가 줄줄이 나왔다. 그 사이 일부 8층 병동 환자와 간병인, 문병객들은 자신이 메르스 감염자인 줄 모르고 다른 병원으로 가거나, 지역사회로 흩어졌다. 결국 병원 의료진이 대거 격리되면서 병원을 운영할 여력이 없어지자 평택성모병원은 5월 29일 문을 닫았다. 그러면서 또 잠재적 감염자가 병원 밖으로 흩어졌다. 그 결과, 다른 병원서 3차 감염자가 나오고, 이들과 밀접 접촉해 격리 상태가 된 사람이 1600여명에 이르게 됐다.

당시 방역 당국이 병원 내 특수 전염 형태로 보고, 8층 병동 전체를 봉쇄하고, 외부에서 의료진을 투입해 관리했어야 했다는 게 방역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랬으면 1호 환자가 병원을 떠난 5월 17일을 기점으로 최대 잠복기 14일까지, 그 안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격리하고 치료했으면 평택성모병원을 통한 메르스 전파는 6월 2~3일에 종료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당수가 병원 외부로 나가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방역망이 뚫렸다. 비록 쉽지 않은 판단이었겠지만, 병원 내에서 예상치 못한 2차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을 대비하고, 나오자마자 과감히 봉쇄 조치를 하지 못한 게 아쉬운 대목이다.

추가 감염 의심자 통합 관리해야

이제라도 5월 17일부터 29일까지 메르스 진원지 평택성모병원 8층에 입원했거나, 환자 간병인·문병객, 의료진 등으로 체류했던 관련자 100여명을 한곳에 모아 통합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다수가 자택 격리 상태이나, 제대로 관리가 안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택 격리는 보건소 직원이 하루 2번 격리 상태에 있는지 전화로 체크하는 수준이다. 이미 이들 환자 중 일부는 평택성모병원에 있었다는 말을 안 하고 다른 병원에 들러 추가 치료를 받다가 3차 감염을 일으킨 바 있다. 이들 중 지병이 있을 수 있는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돌아다닐 우려도 있다.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 통합 관리 상태에서 비상 의료진을 파견하여 추가 감염자가 나올 때마다 격리 치료하면 더 이상의 추가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 하는 역학적 이유도 있다. 최초 환자가 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메르스로 폐렴을 세게 앓았을 때다. 폐렴이 심할수록 바이러스 전파 농도가 짙어 2차 감염을 잘 일으킨다. 게다가 최초 환자가 머물렀던 병실은 공기가 빠져나가는 배기구가 없었다. 병상 바로 위에는 에어컨이 있었다. 이 때문에 고농도의 바이러스가 부채질 효과를 내며 병실 밖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8층 병동 체류자에게 추가 감염 발생 우려가 매우 크다는 의미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는 "국내 메르스 핵심 진원지만 잡으면 이번 사태는 상당히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이 방법이 의학적으로 과도하다 싶을 수 있지만 특단의 조치로 해당 환자와 주변 사람의 불안감도 줄일 수 있으니 통합관리 여건이 만들어지면 병원협회 차원에서 비상 의료진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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