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38] 설명하기 힘든 사실들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6.04 03:0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합리적인 스칸디나비아, 완벽한 복지, 사람 위주 교육, 노벨 평화상 시상 장소로 상징되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2011년 7월 22일 누구도 상상 못 했던 일이 벌어진다. 극우파 노르웨이인 안더스 베링 브레이빅이 정부청사 주변에 숨겨 놓은 시한폭탄에 8명이 죽고 209명이 다친 것이다. 2시간 후 그는 여름 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한다. 69명이 숨지는 노르웨이 사상 최악의 테러였다.

    2015년 중동을 자유도, 인권도, 문명도, 음악도 없는 중세기식 신정국가로 되돌려 놓겠다는 테러단 '이슬람국가(IS)' 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독일 출신 쌍둥이 형제가 자살 폭탄 테러를 실행하다 숨졌다고 홍보한다. 독일 연방군에 자진 입대해 아프가니스탄 파병까지 다녀온 평범한 독일 중산층 출신 두 형제. 생각의 자유와 인권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독일 교육 시스템을 경험한 이들이 자살 테러범으로 변한 것이다.

    계몽주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백지상태(table rasa)'라고 믿었다. 문명과 전통에 때 묻지 않은 인간은 백지 같기에, 교육과 문화를 통해 선하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키울 수 있다는 가설이다. 이는 물론 과학적 근거가 없는 희망 사항일 뿐이다. 갓 태어난 인간의 뇌는 이미 수억년 진화의 결과물들로 가득 차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잔인하고 사악할 수밖에 없는, 다른 인간에겐 언제나 늑대(homo homini lupus)여야 할까? 이 주장 역시 현대 뇌과학적 관점으론 난센스다.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1000조가 넘는 뇌 시냅스들은 대략 ¹/₃ 유전, ¹/₃ 환경, 그리고 ¹/₃ 랜덤 현상을 통해 만들어진다. 완벽한 교육으로도 모든 인간이 선하게 될 수는 없지만, 아무리 암흑한 환경에서도 모든 인간이 자동으로 '늑대'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단지 문명과 교육을 통해 선과 창의성이 무지와 악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확률만을 높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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