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한국인 유전자, 메르스에 취약할 가능성"

입력 2015.06.03 11:42 | 수정 2015.06.03 14:49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2일(현지 시각) 도쿄발 기사에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감염자 확산이 기존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의학계의 통념을 깨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과학학술지가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외 의학계에서도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사이언스는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메르스가 확산되는 것은 한국인 유전자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함께 실었다.

사이언스는 “2012년 메르스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뒤 많은 나라에서 외국여행(외부유입)을 통한 감염자가 발생했지만, 여러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전파된 것은 (한국이) 처음이고 감염자 수로도 아라비아 반도 밖에서는 최대치”라며 “지금까지 메르스는 사람간에는 쉽게 감염이 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고 지적했다.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기관지의 아랫부분인 하부기도(下部氣道)를 감염시키는데, 하부기도에 있는 바이러스는 사람의 몸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람간에는 잘 전파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왔다.

독일 본대학교의 바이러스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박사는 사이언스에 “5월15~17일 사이에 최소한 25명의 가족, 보건의료종사자, 다른 환자 들이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확진 판정이 늦어지면서 차단 등 예방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례를 보면, 병원에 입원한 직후 증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환자가 가장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한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는 전세계 의학계가 지나치게 빠른 한국의 메르스 확산 속도에 대해서 의아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메르스 자문을 맡고 있는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최초의 환자가 이미 다른 계열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메르스에 감염됐거나, 한국인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메르스에 취약한 유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바이러스는 특정 사람의 유전자와 더 쉽게 반응하고 변이를 일으키는데, 한국인의 유전자 특성이 메르스 바이러스와 유독 잘 반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재 한국인이 감염된 메르스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홍콩대학교(HKU),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 등에 환자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 샘플을 보낼 계획이다.

메르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배경에는, 초기 의료진의 부주의가 큰 역할을 했다는 추정도 있다. 엠바렉 박사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는 감염된 환자의 호흡을 돕기 위해 기도에 튜브를 넣는 과정(기도삽관)에서 바이러스가 한꺼번에 밖으로 튀어나왔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최초 환자에게 이런 부주의한 의료조치가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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