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첫 감염자 移動경로 철저히 재추적… 이제라도 '과잉 대응' 나서야"

입력 2015.06.03 03:00

[전문가들의 제언]

지역사회로 확산 막으려면 감염 의심·확진자 이동 봉쇄, 병원 내에서 격리 치료해야
對국민 방역 홍보도 시급… 대책본부장 부총리로 격상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사태와 관련, 전문가들은 "보건 당국이 좀 더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메르스 포위망을 쳤어야 하는데 '골든 타임'을 줄줄이 놓쳤다"면서 "지금이라도 감염 의심 환자의 이동을 철저히 막고, 첫 감염 환자의 이동 경로를 빈틈없이 추적해 의심 환자군(群) 증상을 당국이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과잉 대응'했어야"

메르스 확진 환자가 늘어가는 것은 '초기 대응 실패' 탓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지적이다. 첫 메르스 환자(68)가 지난 12~17일 병원 세 군데를 돌면서 다른 환자·의료진이 무방비로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17일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아 고열·기침 증세를 보인 뒤에도 다른 호흡기 질환이 아닌지 검사하느라 하루 이틀 더 허비한 것이 지금 상황까지 치달은 원인이란 것이다. "의사·간호사·환자부터 병문안 온 사람, 청소부까지 죄다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것이다.

방역 물품 배포 - 2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울예방약품비축소에서 관계자들이 공기 중 미세 물질을 95% 이상 걸러준다는 N95 마스크 2만5000개와 손소독제 2300개 등 메르스 방역 물품을 각 자치구에 배부하기 위해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방역 물품 배포 - 2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서울예방약품비축소에서 관계자들이 공기 중 미세 물질을 95% 이상 걸러준다는 N95 마스크 2만5000개와 손소독제 2300개 등 메르스 방역 물품을 각 자치구에 배부하기 위해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후 보건 당국은 최초 환자를 중심으로 행적이나 접촉자 조사에도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방역망을 감염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같이 있었던 사람이나 의료진으로만 국한하는 등 너무 좁게 잡았던 게 최대 실책이란 지적도 나왔다. "마치 간첩이라도 색출하듯 첫 환자의 행적을 철저하게 파악해 광범위한 포위망을 갖춰야 했다"(이종구 서울대 의대 글로벌의학센터장·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것이다. 처음부터 '과잉 대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적극 대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로 3차 감염자가 마구 퍼지는 최악의 상황이 와서는 안 되겠지만, 이제는 이런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고 주문했다. 메르스 전염력이 약할 것이란 '오판'과 허술한 관리 체계를 빨리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추가 확산 막을 방법은?

메르스 환자가 더 느는 것을 막으려면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우선 보건 당국은 '수퍼 전파자'인 최초 감염자의 이동 경로를 처음부터 다시 추적해 감염 의심자 집단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포위망이 뚫렸으니 잠재 의심 환자가 언제, 어디에서든 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을 모두 모아 지역 확산을 막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대형마트 직원들 손 소독 - 메르스 환자가 연일 늘어나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손 소독을 하고 있다. 이날 전국 주요 대형마트들에서는 손 소독제가 불티나게 팔렸고,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되기도 했다.
대형마트 직원들 손 소독 - 메르스 환자가 연일 늘어나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손 소독을 하고 있다. 이날 전국 주요 대형마트들에서는 손 소독제가 불티나게 팔렸고,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되기도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또 병원에 입원한 감염 의심·확진 환자는 이동을 금지하고 철저히 병원에 격리해 치료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치료제가 없는 만큼 의료진도 마스크 쓰고 일회용 가운을 입게 하는 등 방역을 철저하게 하도록 하고, 환자는 다른 사람들과 식기도 같이 안 쓰고 화장실도 같이 안 쓰는 등 지침을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가 시급하다(이종구 센터장)는 지적이다. 의사들이 정확하게 환자를 진단할 수 있도록 메르스 의심·확진 환자들에 대한 정보는 의료진 사이에선 공유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이 밖에도 정부가 외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해당국의 위험 질병과 증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휴대전화 문자 서비스 등을 통해 줘야 하며, 메르스 확진 여부를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은 "메르스 확산이 학교와 어린이집 등과 모두 연관돼 있기 때문에 대책본부장을 사회부총리로 격상하고 이번 사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보건 방역 관계자는 "메르스 의심 환자는 병원에 머물며 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며, 국립의료원 전체를 격리 병상처럼 꾸며 메르스 의심·감염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