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위생 당국은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을 것으로 의심돼 격리 대상에 오른 한국 남성이 한국으로 귀국한 이후 격리되지 않고 1일 홍콩에 다시 입국하려다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이 남성은 지난 26일 중국 출장을 갔다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회사원 K(44)씨가 탄 비행기에서 K씨 주변에 앉았던 사람이다. 우리 방역 당국은 그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K씨와 같은 비행기를 탄 사실 등을 알렸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는 다시 홍콩에 들어가려 했다는 것이다.

의사가 말리는데도 중국에 간 K씨는 홍콩 의료진에게 '감염병 환자와 접촉한 적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홍콩 언론이 보도했다. K씨와 같은 비행기를 탄 한국인 일부는 홍콩에서 격리를 거부하다 붙들려가는 일도 벌어졌다. 홍콩 사람들이 '한국인들의 시민의식이 겨우 이 정도냐'고 혀를 찰 만도 하다.

메르스 사태가 이렇게 된 1차 책임은 허술한 대응으로 일관한 정부 당국에 있다. 그러나 전염병 확산 위험이라는 엄중한 상황을 앞에 두고서도 무책임하게 행동하는 개인들의 책임도 가벼울 수 없다. 첫 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68)는 메르스 창궐 지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온 사실을 의료진에게 숨겼다. 1일까지 격리 관찰 대상자 682명 가운데 자기 집이 아닌 국가 격리 시설에 들어가겠다고 한 사람은 단 4명뿐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법과 규칙은 '내가 아니라 남이 지키는 것'이란 인식이 너무 널리, 너무 심각하게 퍼져 있다. 시민들의 작은 일탈을 눈감아주는 일이 반복되면서 규칙과 질서를 어기는 사람들이 오히려 고개를 들고 큰소리치는 것도 일상사가 됐다. 메르스 환자와 격리 대상자 일부가 보인 행태와 거짓말도 이런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죄의식조차 없을 것이다.

전염병이 삽시간에 국경(國境)을 넘는 시대다. 최근 몇 년 사이만 해도 사스, 신종 플루, 에볼라 같은 전염병이 세계를 떨게 했다. 정부의 능력도 문제지만, 우리 시민 의식으로 이에 효과적으로 대처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지하철이나 버스, 심지어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조차 손으로 입도 가리지 않은 채 재채기나 기침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일본 같은 나라들은 보건 교육을 초등학교 정규 과목으로 편성해 전염병 예방법과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게 대처하는 요령을 가르치고 있다. 개인 책임하의 위생이 질병과의 싸움의 출발이자 근본이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 시민의식이 높아질 수 없다면 홍콩처럼 전염병 의심자를 강제 격리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신고 누락 등에 대해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로 사회 전반에 퍼진 무책임 의식이 결국 각 개인을 위협하게 된다는 당연한 결과를 모두가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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