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촐페어라인 탄광'과 일본의 '하시마 탄광(일명 군함도)'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노역 동원으로 주변국에 피해를 남겼다는 공통된 역사가 있다. 그러나 촐페어라인 탄광 산업단지가 2001년 유네스코에서 만장일치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반면, 일본이 등재를 추진 중인 하시마 탄광은 강제 노역 사실을 명시하지 않아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운영된 촐페어라인 탄광은 2차 대전 이후 서독의 신속한 경제 복구를 가능케 한 핵심 산업 시설로 평가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도 메이지(明治) 시대 산업혁명을 이끈 주요 근대 산업시설이라는 이유에서 하시마 탄광을 포함한 규슈 일대의 항만·제철소 등 스물세 곳을 등재하려 하고 있다. 이 중 일곱 곳이 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조선인과 중국인의 강제 노역이 있었던 곳이다.
일본이 '1850년에서 1910년까지'로 해당 시설 평가 시기를 한정함으로써 이후 강제 징용 역사를 명시하지 않은 것과 달리, 독일은 피해국이 요청하기도 전에 나치의 유대인 강제 노역 동원을 인정했다. 촐페어라인 탄광에 관련 기록물을 전시하고, 희생자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적극 반성하고 사죄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주변국과 마찰을 빚지 않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등재될 수 있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로부터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게 하라'는 권고를 받은 일본은 지난 22일 도쿄에서 한국 외교부와 협상을 벌인 데 이어 곧 한국에서 두 번째 협상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