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중국 고위층 자녀 부정 채용 혐의를 조사하는 미국 사법 당국이 중국 '반부패 사령탑'인 왕치산(王岐山·사진) 중앙기율위원회 서기(당 서열 6위)의 연루 여부를 조사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4월 JP모건에 (부정 채용 혐의 관련) 중국 고위층 35명과의 통신 자료를 제출하라고 명령하면서 왕 서기의 이름을 맨 앞에 올렸다"고 전했다. 이는 월가와 중국 고위층 간의 '검은 거래'에 왕 서기가 개입했을 수 있다고 미국이 의심한다는 뜻이다.
현재 JP모건은 중국 가오후청(高虎城) 상무부장의 아들 가오줴(高珏)를 부정 채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2007년 취업 인터뷰에서 최악의 성적을 낸 가오줴를 채용했고, 그가 동료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이메일을 보냈는데도 눈감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2011년 중국 국영 광다그룹 회장의 아들을 고용한 뒤 광다은행의 상장 자문 계약을 따낸 적이 있다.
이번에 반부패 상징인 왕 서기 이름이 거론된 것은 그가 2008~ 2013년 경제 부총리를 역임하며 중국 금융을 총괄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중국 금융기업의 월가 상장 등을 처리하며 미국 금융계와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그러나 왕 서기는 청렴하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입양한 딸은 한 명 있지만 친(親)자녀는 없다.
미국이 왕 서기 부정 의혹을 조사하려는 것은 '중국 견제용'이란 분석이 많다. 최근 미국은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성공하면서 경제 패권에 손상을 입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도 중국 기세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한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왕치산의 부패 의혹은 중국의 반부패 운동에 도덕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미·중 관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