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계, 청년 실업 해결 위해 임금피크제 받아들일 때

조선일보
입력 2015.05.29 03:22

정부가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기업이 취업 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 규칙을 변경할 때는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노조가 무작정 반대할 경우 기업이 임의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방침은 내년부터 근로자 300명 이상 대기업에서 60세 정년(停年)이 의무화됐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 그로 인해 신규 채용이 줄어들고 '청년 고용 절벽' 사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정년만 연장되고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지 않을 경우 청년 실업률이 현재 10% 수준에서 16%로 뛰어오르고, 청년 실업자가 45만명에서 73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실 정부의 '취업 규칙 변경 지침'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조차 열지 못했다. 기업들이 정부 지침대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했다가 노조로부터 소송(訴訟)을 당해 홍역을 치른 것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정년 연장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밀어붙였다가는 노사 충돌만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2년 전 국회에서 정년 연장을 법으로 정할 때 청년 실업률은 8% 수준이었다. 정치권이 중·장년층의 표를 의식해 임금피크제 같은 보완 대책 없이 무턱대고 정년을 늘린 것이 청년 실업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따라서 보완 입법(立法)을 서둘러야 할 일차적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노동계 입장에선 정년 연장을 확보해놓은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은 임금 인하(引下)나 마찬가지라고 보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이다. 만일 기업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절감되는 인건비를 청년층 신규 채용에 쓴다는 약속을 한다면 노동계 반발을 줄일 명분이 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청년 채용 확대를 연계시키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정년 연장의 과실(果實)만 챙기고 임금피크제 도입에 결사반대하는 것은 자기 아들·딸, 조카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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