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告법원 논의 본격화] 대법원에 年3만7000건… "기다리기 지친다, 졸속재판도 싫다"

조선일보
  • 최연진 기자
    입력 2015.05.28 03:00

    [上告법원 도입 논의, 밥그릇 싸움 아닌 國民 입장에서]

    -大法院 "상고법원 생기면…"
    "사건심리·선고 없이 끝내는 심리불속행 기각制 없앨 것… 무작정 안 기다려도 돼"

    -國會가 내놓은 보완책
    상고법원 법관 추천委 구성… 대법원장의 독단人事 방지
    대법원이 꼭 맡아야 할 사건 추가로 명시해 논란 없애야

    이에 따라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직접 공청회를 열어 법조계 안팎의 의견을 모았고, 홍일표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168명은 지난해 12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이 상고법원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의안으로 상정돼 제1소위에 올라 있다.

    대법원·국회 공청회와 세미나 등을 거치면서 상고법원안은 일부 진전을 보이기도 했다. 대법원은 상고법원이 만들어진다는 전제하에 심리·선고 없이 상고심 재판을 마무리하는 '심리불속행(審理不續行) 기각' 제도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또 '사실심(1·2심)을 강화해 당사자들이 법원 판결에 승복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달 18일엔 형사소송규칙·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재판 관련자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10년간 상고사건 접수 건수. 전국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 수. 우리나라 상고심 제도 변천 상황.
    올해 4월 국회 법사위 공청회에선 '상고법관 추천위원회 입법' '대법원 필수 심판 사건 추가'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대법원이 계속 담당하게 하는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대법관 추천위원회'와 같이 상고법관 추천위원회를 만들면 대법원장이 독자적으로 상고법관을 임명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고, 대법원이 반드시 심판해야 하는 사건의 범위를 확장하면 중요 사건이 대법원 심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의 제안이 충분히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해 현재 관련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고법원 설치는 사실상의 4심제"라거나 "국민의 대법관에게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대법관 수를 대폭 증원해야 한다"며 반대 의견을 내놓는 사람도 많다. 검찰은 "사실심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은근한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변호사 단체들에선 찬·반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 하창우 회장이 이끄는 대한변협은 "상고법원안은 대법원의 권한만 강화하고 전관예우 문제를 심화시키며, 위헌(違憲) 소지가 크다"며 반대한다. 상고법원이 만들어지면 대법원 산하 법원이 하나 추가될 뿐이고, 상고법원의 판결이 잘못될 경우 '특별상고'를 하게 되는데 이는 4심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상고법원을 설치할 게 아니라 대법관을 증원해 상고심 적체(積滯)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변호사 숫자의 75%를 차지하는 서울변회는 이달 18일 "상고심 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상고법원안은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이라며 찬성 의견을 밝혔다. 서울변회가 의견을 밝힌 다음 날 부산·울산·경남 변호사회가 "위헌적 발상"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법조계 안팎에선 "서울 지역 변호사들과 지방 변호사들이 각자의 이익만 챙기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현재 방안에 따르면 상고법원이 서울에만 설치되는데 지방 변호사들은 "지금도 대법원이 서울에 있는데 상고법원마저 서울에 설치되면 서울 편중이 심해질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고법원 찬반 논리와 보충 의견.
    접점을 찾지 못하자 법조계 원로들은 "가장 중요한 '국민'이 논의 과정에서 배제돼 있다"며 "법률가들이 '밥그릇 싸움'을 할 게 아니라 진정 국민을 위해 '백년대계'를 만든다는 각오로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강(72) 전 변협회장은 "이론적으로 여러 논의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이라며 "국민이 지금보다 편리하고 빠르게,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상고심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