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37] 새로운 기억 만들기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5.28 03:0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매일 경험하는 일이다. 조금 전만 해도 기억과 생각으로 복잡하던 머리가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눈은 감겨오고, 생각이 끊기기 시작한다. 노력해도 소용없다. 우리는 어느새 잠들고, 눈을 다시 뜨면 이미 다음 날 아침이다. 그리고 지난 7~8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할 수 없다. 매일 7~8시간을 의식도 생각도 없는 '좀비'로 사는 것이다. 고양이, 강아지, 북극곰, 박쥐, 돌고래도 적잖은 시간을 수면 상태로 보낸다. 왜 이런 긴 시간을 잠자며 보내는 것일까?

    현대 뇌 과학에선 기억과 학습을 수면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 본다. 낮에 경험 또는 학습한 정보가 장기 기억에 저장되기 위해선 꼭 잠을 자야 한다. 밤샘 공부야말로 뇌 과학적으로 볼 때 가장 큰 실수라는 말이다. 특히 수면 상태 때 해마(hippocampus)의 역할은 흥미롭다. 해마에 자리 잡은 신경세포들은 공간적 위치 관련 정보를 처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맷 윌슨 MIT 교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간적 경험을 할 때 관찰할 수 있는 신경세포들의 작동 패턴들이 수면 상태 때 다시 반복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만약 수면 상태의 신경세포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다면 내가 원하는 정보를 입력할 수 있지 않을까? 카림 벤처넝 프랑스 국립연구원(CNRS) 박사 팀은 최근 바로 이런 실험에 성공했다. 우선 쥐 해마 뉴런들이 반응을 보이는 공간적 위치를 측정한다. 그다음 뉴런들이 이 특정 위치에 대한 반응을 보일 때마다 '보상 신호'를 만들어주는 뇌 영역을 자극한다. 이때 실험 대상 동물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비교 그룹은 낮에만, 실험 그룹은 수면 상태에서만 자극을 준다. 결과는 확실했다.

    수면 상태에서 자극을 받은 동물들은 깨자마자 바로 보상 신호와 연결된 특정 위치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수면 상태 뇌의 특정 영역을 잘만 자극하면 미래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인간의 뇌도 이런 식으로 제어할 수 있을까?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영원히 불가능할 본질적 이유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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