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소호에서 개점 축하 행사를 연 MCM 단독 매장.

뉴욕에서 '핫(hot)'하다는 사람은 다 모였다. 지난 12일(한국 시각 13일) 오후 8시 맨해튼 남부 패션 거리 소호(Soho)의 MCM 단독 매장(플래그십 스토어)은 칵테일을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 유명 인사들로 북적였다. 가수 비(본명 정지훈)와 미국 래퍼 자다키스, 힙합가수 패볼러스, 패션 사진작가 벤 와츠가 분위기를 띄웠고, 모델 첼시 레일랜드와 한나 브론프먼은 일일 DJ로 변신해 최신 팝 음악으로 행사장을 달궜다.

서울에 본사를 둔 글로벌 패션 브랜드 MCM은 최근 이곳에 미국 내 첫 번째 대형(370㎡ 규모) 단독 매장인 '소호점'을 열었다. 국내 면세점에서 MCM의 매출은 루이뷔통·샤넬 수준, 특히 화려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 만점이다. 1976년 독일서 태어나 유럽에서 명품으로 번영했으나 그 기운이 쇠했다가 2005년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이 인수하고 나서 신세대 명품으로 재기했다. 세계 최대 패션 시장인 중화권에 직영 매장만 33개를 내면서 중국을 사로잡은 데 이어 또 다른 거대 시장 미국을 향해 날개를 펼친 것이다.

MCM은 이날 미국 고급 헤드폰 브랜드인 비츠 바이 닥터 드레(이하 비츠)와 협업해 한정판으로 만든 '스튜디오 와이어리스 헤드폰'과 '필 스피커 캐릭터 번들' '투어 이어폰'을 선보였다. MCM의 상징 무늬인 코냑 비세토스 모노그램으로 헤드폰의 귀 부분을 감쌌고, 휴대용 스피커와 받침대는 비츠의 캐릭터 두드가 MCM의 백팩을 등에 멘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MCM의 인터내셔널 CEO인 파울로 폰타넬리(Fontanelli·58)는 패션 브랜드가 음악 등 예술과 손잡은 이유에 대해 "MCM은 '모던 크리에이션 뮌헨'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당시 뮌헨은 끼 많은 예술가들이 근대주의, 진보주의, 팝아트를 뒤쫓으며 해묵은 관습을 깨부수던 도시였다"고 말했다. "그때의 철학을 이어받아 가방 하나, 옷 하나에도 지금 이 순간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영화, 음악, 건축 요소를 녹여 넣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선 그게 힙합이지요." 폰타넬리는 "올해 미국 시장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얼어 있던 미국 경제가 올 한 해 돈이 모이면서 기지개를 켤 것이란 전망이다.

비츠 바이 닥터 드레와 협업해 출시한 한정판 헤드폰과 휴대용 스피커, 이어폰.

폰타넬리는 "요즘 세대는 고리타분하지 않고 나만의 것이면서 실용적인 명품을 추구한다"며 "자기 스타일과 안 맞으면 아무리 이름난 명품이라 해도 외면한다"고 했다. "저희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미 성숙한 시장 미국에서 그들 입맛을 살려주는 가방과 옷을 내놓을 겁니다. 30대 전문직 종사자가 저희 백팩을 메고 자전거로 도심을 경쾌하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는 게 바로 저희 목표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