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실직 때문?…'세 자매의 죽음' 미스터리

입력 2015.05.25 18:40 | 수정 2015.05.25 21:00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는 33세, 31세, 29세 세 자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언니 둘은 베란다에서 투신했고, 막내는 자기 방에서 뚜렷한 외상 없이 숨져 있었다. 이들은 유서에서 “사는 게 힘들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생활고 등의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혀 이들의 사망 원인이 현재로선 미스터리에 싸여 있다. 이 아파트 거실에서 잠을 잔 어머니가 딸들의 투신과 사망을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점도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25일 오전 4시쯤 부천 원미구 역곡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 아파트 12층에 사는 김모(33)씨와 바로 아래 동생(31) 등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새벽에 갑자기 주차장 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여성 두 명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어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숨진 2명은 지하로 들어가는 주차장 입구 지붕으로 추락한 뒤 덮개를 깨고 통로 바닥으로 떨어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이들의 집으로 급히 올라가 보니 막내(29)가 별다른 외상 없이 안방에서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안방에서 발견된 유서에 “사는 게 힘들다. 화장해서 뿌려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미뤄 세 자매가 함께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위 두 자매가 막내의 목을 조른 뒤 투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26일 시신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부검하기로 했다.
25일 오전 4시께 경기도 부천시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A(33·여)씨와 B(31·여)씨는 이 아파트 주차장 지붕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C(29·여)씨는 이 아파트 12층 자신의 집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사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바라본 주차장 지붕과 아파트의 모습./박상훈 기자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다섯 자매 중 아래 셋이다. 1993년 무렵 아버지가 사망한 뒤 첫째 둘째는 분가(分家)했고, 아래 셋은 지금까지 어머니 박모(62)씨와 함께 살아왔다. 어머니는 병원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으며, 넷째는 어린이집 교사 일을 하고 있다. 셋째와 막내도 각기 다른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다가 두세 달 전쯤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날 밤 11시쯤 집에 들어와 보니 딸들이 방에서 함께 TV를 보고 있기에 자정쯤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며 “딸들에게서 평소와 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경비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집에 찾아온 뒤에야 잠에서 깨 딸들이 숨진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경찰은 유서 내용으로 미뤄 일단 이들 자매가 생활고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목숨을 끊을 만큼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진술이나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부천시에 따르면 이들 가족은 그동안 관할 구청에 생활보호대상자(생보자) 신청 등 도움을 요청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천시 관계자는 “이 가족이 생보자 신청을 한 적도 없다. 특히 세 자매는 물론 어머니까지 일을 하고 있는 데다 살고 있는 아파트가 어머니 명의로 돼 있고 압류나 경매·융자 등에 물려 있지도 않아 생보자가 될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척 등 주변 사람들에게서도 이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다거나 빚에 시달린다는 얘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는 진술이 많이 나와 경찰은 다른 원인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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