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에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51만7000원으로 작년보다 2.1% 늘어났다. 그러나 소비 지출은 265만3000원으로 작년 1분기 지출액과 똑같았다. 소득이 늘어났어도 가계(家計) 소비 지출은 전혀 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1분기 가계 흑자액은 101만5000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만원을 넘어섰다. 처분 가능 소득에서 소비 지출의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 성향은 72.3%로 떨어져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1분기 기준으로 최저(最低)를 기록했다. 1분기의 평균 소비 성향은 2011년 78.2%에서 2012년 77.0%, 2013년 75.0%, 2014년 74.5%로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가계가 씀씀이를 억제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 추세 속에서 노후(老後) 대비가 부족한 데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 소득의 50%에 미치지 못하는 인구 비율)이 4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은퇴하면 곧바로 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계가 소득이 늘어도 쉽게 돈을 쓰지 못한다. 여기다 가계 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것도 가계 지출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고령화와 노인 빈곤, 가계 부채는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을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소비 부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기업 투자도 늘어나지 않고 경기 회복이 더 어려워진다. 지난 몇 년간의 소비 성향 하락 추세는 우리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警告) 신호나 다름없다.

정부는 소비 심리를 되살릴 수 있는 정책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경제주체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여유 있는 계층이 지갑을 열도록 하는 여러 방안을 시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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