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36] 존 폰 노이만의 惡夢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5.22 03:00

    김대식 KAIST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미사일, 제트기, 로켓엔진 폭격기…. 2차대전 말 독일 과학자들이 발명한 '경이로운 무기(Wunderwaffe)'다. 이 중 '열두 번째 테스트 시스템(Pruefstand XII)'이라는 잠수함에 미사일을 실어 미 뉴욕 앞바다에서 발사하는 계획도 있었다. 잠수함 탄도미사일(SLBM)의 시작이었다. 'Pruefstand XII'는 미사일 발사를 위해 수면으로 올라와야 했지만, 미국과 소련으로 이주한 나치 과학자들은 잠수 상태에서도 발사 가능한 탄도미사일을 완성한다. 1960년 11월 미 해군은 성공적으로 SLBM '폴라리스'(Polaris·북극성)를 발사하고, 소련 역시 40일 후 SLBM 'R-11FM'을 발사한다.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깊은 바닷속 잠수함을 완벽하게 추적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치는 연합군 전함으로 가득한 대서양을 가로질러 미국 대도시들을 파괴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하지만 SLBM의 진정한 의미는 핵전쟁에 있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모두 죽는다. 상대가 핵무기를 쓰기 전 먼저 상대방 핵무기를 무력화해야 하고, 결국 최대한 빨리 전쟁을 시작하는 나라가 승리한다는 말이다!

    컴퓨터 기본 구조를 설계하고 게임이론·뇌공학에서도 업적을 남긴 존 폰 노이만. 그는 미 국방부를 위해 핵전쟁을 막을 방법을 구상한다. 아무리 먼저 공격해도 상대방 핵무기를 100% 무력화할 수 없다면? 핵탄두를 폭격기에 실어 쉴 새 없이 하늘을 날게 하고, 잠수함에 실어 북극 얼음 아래 숨겨두고, 인공위성에 실어 우주에 보관한다면? 먼저 핵전쟁을 시작해도 상대방의 모든 핵무기를 파괴할 수 없기에 결국 나 자신도 전멸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인식한다면 그 누구도 핵전쟁을 시작하지 못할 거라는 '상호확증파괴'(MAD)라는 이름의 전략이다.

    북한이 SLBM '북극성'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고 한다. 거기에 소형화한 핵탄두까지 장착한다면 노이만이 걱정하던 핵무기 시대 악몽이 현실화된다. 그것도 대한민국만을 위한 MAD 전략조차 없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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