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훈 칼럼] 김정은도 두렵게 해야 평화 지킨다

조선일보
  • 양상훈 논설주간
    입력 2015.05.21 03:20

    金은 모두에 공포를 주는데 우린 그를 두렵게 하고 있나
    공포의 불균형이 문제 근원
    對北 제1軸=北 지휘부 제거, 제2축=핵무장 선택권 천명, 제3축=킬체인·MD로 가야

    양상훈 논설주간
    양상훈 논설주간
    김정은이 현영철을 공개 처형하자 세계 언론이 '공포정치'라고 한다. 실은 김은 남(南)을 향해서도 집요한 공포 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 사회를 겁먹게 만들어 마음대로 요리하겠다는 것인데, 그 핵심 수단이 핵폭탄이다. 히로시마·나가사키 이후 핵무기의 목적은 보유이지 사용이 아니다. 북도 핵폭탄을 쓸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조성해 정치·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이른바 '핵 그늘' 전략이다. 김정은에게 이 전략의 장애물은 한국 사회의 특이한 '불감증'일 것이다. 위기의 만성화 상태인 한국인들에겐 핵조차 아직은 또 한 마리의 늑대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북이 핵실험을 세 차례나 했지만 한국 사회는 무덤덤하다. 북으로선 매우 실망스러운 현상이다.

    김정은으로서는 핵탄두 소형화나 SLBM(잠수함 발사 미사일) 기술 외에 한국 사회에 확실하게 핵 공포를 드리울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이 한 차례 더 핵실험을 하고 핵미사일을 실전 배치한 후 서해 5도와 같은 곳에서 국지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때 우리의 상대는 과거의 북이 아니라 '핵 국가 북한'이다. 우리 대응은 핵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거대한 심리적·군사적 장벽에 막히게 된다. 북의 도발에 어쩌지 못하게 될 경우 우리 사회엔 미증유의 공포와 혼란, 내분이 일어날 수 있다. 김정은이 뜻하는 바다.

    어떤 경우든 김에겐 '무모하고 예측 불허'라는 이미지가 필요하다. 김이 합리적 이미지로 비치면 핵 공포는 반감된다. 김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가 부리는 살인 광기(狂氣)는 '정말 핵 단추를 누를지도 모르겠다'는 인상을 심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은 미사일 수중 사출(射出) 시험 현장에서 담배를 든 채 크게 웃는 사진을 일부러 공개했다. 거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나름의 광인(狂人) 전략, 공포 전략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킬체인(북 미사일 선제 타격)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를 보완하면 북 미사일에 충분히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야 한다. 다만 아직은 아니다. 미국에서 센서(탐지)·슈터(타격)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언젠가는 북핵을 무력화하는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상당 기간은 북이 숨겨놓은 핵미사일을 다 찾아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게 현실이다.

    더구나 핵 보유국을 상대로 성공이 불확실한 선제 공격을 한다는 것은 탁상공론이다. 상대방의 핵시설을 두 번이나 선제 타격한 이스라엘도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를 선제공격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이란이 핵무기를 갖기 전에 공격하자고 저 난리다. 지금 한국 사회엔 핵국가에 선제공격 명령을 내릴 대통령도, 그것을 실행할 군(軍)도, 감내할 국민도 없다. 미사일 방어의 주요 수단인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도 수십개의 미사일이 동시에 날아올 경우 대응할 수 없다. 전시(戰時)에 북은 수십개가 아니라 수백개의 미사일을 동시에 날릴 것이다. 사드의 방어 지역도 제한적이다.

    우리 문제는 수동적 사고방식이 아주 굳어버렸다는 데 있다. 북이 여기 찌르면 이 무기 사고, 저기 찌르면 저 무기 사면서 땜질하듯 끌려다녔다. 천문학적인 돈을 썼는데도 북핵 앞에 초라해져버렸다. 킬체인과 미사일 방어는 발전시켜야 하지만 그 엄청난 돈을 생각하면 우리가 또 북이 짜놓은 프레임에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류 수천년 갈등사(史)를 관통하는 진리가 있다. 국가 간 평화의 본질은 공포의 균형이다. '어쨌든 나도 죽을 것'이란 공포를 양쪽이 다 갖고 있어야 전쟁을 막는다. 핵국가 북과 비핵국가 남 사이의 가장 큰 위험은 공포의 불균형이다. 공포의 균형을 찾기 위해선 유사시 김을 포함한 북 지휘부를 '최우선'으로 '반드시' 제거한다는 참수(斬首) 작전을 대북 억지 전략의 제1축(軸)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여기에 킬체인·미사일 방어 이상의 투자를 해 북 지휘부의 머리 위에도 상시적으로 공포의 그림자를 드리워야 한다.

    제2축은 핵무장 선택권을 보유하는 것이다. 한국은 핵 비확산을 철저히 지키겠지만 앞으로 북이 핵을 업고 도발해왔을 때 미국의 확장 억제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그 조건에 한해서 한국도 즉각 핵무장할 것이란 사실을 미리 예고하는 게 핵 선택권이다. 북이 4차 핵실험을 하고 핵미사일 실전 배치가 확인되는 순간이 대한민국이 핵 선택권을 천명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월성 중수로를 이용하면 핵무장에 2년도 걸리지 않으며 기술적 제약도 없다. 우리 기술 정도면 핵실험도 필요 없다.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에 의해 파멸의 궁지에 몰린 5000만 한국민이 단지 살기 위해 하는 특수하고도 한시적인 선택을 국제사회도 이해하리라 본다. 킬체인과 미사일 방어는 그다음 제3축이다.

    진정한 한반도 평화는 북이 자기들 핵의 효용성에 대해 실망하게 될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공포의 균형은 그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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