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왜 몰랐나'… 독일 거장의 뒤늦은 고백

입력 2015.05.18 03:00

타계한 귄터 그라스 자서전·소설 '암실 이야기' 등 3권 국내 재조명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
지난 4월 타계한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사진〉가 재조명되고 있다. 1999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라스가 말년에 낸 책 세 권의 한국어판이 최근 잇달아 나왔다. 그라스가 2002년에 발표한 소설 '게걸음으로', 2006년에 낸 자서전 '양파 껍질을 벗기며', 2008년에 출간한 자전 소설 '암실 이야기'가 모두 장희창 동의대 독문과 교수의 번역으로 민음사에서 나왔다.

자서전 '양파 껍질을 벗기며'(장희창·안장혁 옮김)는 그라스가 17세 때 나치 친위대에 징집돼 복무했다는 고백을 담아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책이다. 그라스는 친위대의 역할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부대에 배속됐다고 밝혔다. 외부 정보가 차단된 상태에서 전쟁에 끌려갔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서전에서 변명만 늘어놓지 않았다. "그때 나는 왜 몰랐던가? 왜 묻지 않았던가?"라며 그 당시 소년이었을지라도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을 통렬하게 자책했다. "나는 불명예에 대하여 그 뒤를 절룩거리며 따라오는 부끄러움에 대하여 기록하기로 한다. 코를 킁킁거리며 뒤를 쫓으면서 '왜'라고 말하는 것을 놓쳐버린 모든 것을 추적한다"라는 것. 1인칭으로 나가다가 과거의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해서 소설처럼 전개되는 자서전이다.

자전 소설 '암실 이야기'는 동화처럼 작가의 가족사를 회상하면서 가족 내부의 갈등을 치유하려는 이야기다. 작가의 아이들이 아버지에 대해 수다를 떠는 소설이다. 소설 '게걸음으로'는 1945년 독일 피란민 9000여 명을 태운 배가 소련 잠수함에 격침돼 1000명 남짓만 살아남은 비극을 재현했다.

작가는 '독일의 전쟁 범죄에 물타기를 한다'는 정치적 오해를 피하려고 애썼다. 그는 역사를 '게걸음'으로 느릿느릿 옆으로 걸으면서 되돌아봤다. 전후 독일 사회가 괴로워하면서도 말하지 못한 상처를 문학의 형식으로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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