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野黨은 집권을 포기했나

    입력 : 2015.05.15 03:00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사진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여야가 합의해 놓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가장 큰 목표인 재정 절감 면에서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여야는 5월 2일 합의안에 손을 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여야 합의안은 새누리당이 지난해 10월 제시한 개혁안(현재 7%인 연금 기여율을 10%로 올리고, 1.9%인 연금지급률을 1.25%로 낮추는 안)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여야 합의안이 새누리당안보다 24조원 더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수십년 후에나 생기는 것이고 당장 차기, 차차기 정권에서는 연평균 2조원씩 더 드는 안이다. 여야가 이런 미흡한 안에 합의한 것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공무원노조를 편들며 합리적인 수준으로 적자 보전금을 줄이는 데 반대했기 때문이다.

    왜 야당이 공무원들의 과잉 연금을 줄이는 데 소극적인지 이해할 수 없다. 공무원들은 서민층과는 좀 거리가 있고, 특히 은퇴한 공무원들은 비교적 여유 있게 생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국가를 위해 평생 일한 공무원들의 노후를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민에게 주는 부담이 일정 한도를 넘을 수는 없다. 새정치연합은 불과 2년 반 후에 집권을 목표로 대선을 치를 정당이다. 지금 공무원연금 적자 문제가 현 정권만이 아니라 금방 자신들의 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여야가 합의한 개혁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새정치연합이 차기에 집권하면 2018~2022년 5년 동안 모두 14조원을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써야 한다. 야당이 그렇게 비판해온 4대강 사업 예산(20조원)에 육박하고,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1년 주는 예산(10조원)보다 많다. 차차기에 또 집권하면 2023~2027년 5년간 무려 31조원을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금으로 써야 한다. 특정 집단의 노후를 위해 이렇게 거액의 국민 세금을 쓰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인가. 이 같은 불합리를 개선하는 데 야당이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일방적으로 공무원노조 편을 드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공무원연금이 적자투성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근원적 이유는 정부가 적자를 메워주는 적자 보전금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만든 것은 현 야당이 집권했던 2001년도였다. 당시 공무원연금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는 '더 내고 덜 받는' 제도로 고치려고 했는데 갑자기 집권층이 적자 보전금 제도 도입을 허용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그 이후에도 현 야당의 집권 기간과 이명박 정부에 걸쳐 적자 보전금 규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데도 사실상 손 놓고 있다가 지금 같은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반성하는 마음으로라도 개선에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야당은 공무원연금 협상 과정에서 막판까지 자체 안을 내놓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야당은 100만 전·현직 공무원과 그 가족의 표만 보이고 국민의 표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박근혜 정부가 주도하는 일이니 습관적으로 발목을 잡는 것일까.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야당이 차기 집권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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