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중수단, "'몸 일으키면 제압'이 수칙인데…현장 통제 장병 모두 대피"

입력 2015.05.14 15:43 | 수정 2015.05.14 18:37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 다음날인 14일 오후 군 관계자들이 사건 현장을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내곡동 동원예비군 사격 훈련장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당시 현장을 통제하고 예비군을 보호해야 할 통제관과 조교 등 현역 장병 9명이 모두 도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엎드려 쏴 자세에서 몸을 일으키면 곧바로 조교가 제압하게 돼 있는 수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육군 중앙수사단(중수단)은 14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범인 최모(23)씨가 예비군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하자 현장에 있던 통제 장교 3명과 조교 역할을 맡은 사병 6명이 모두 대피했다”고 밝혔다. 최씨를 현장에서 제압해야 할 현역 장병들이 임무를 포기한 셈이다.

수사단장인 이태명 대령은 “사고 순간 통제관들과 조교들이 대피했다가 다시 올라왔다”며 “(최씨로부터) 원거리에 있다보니 위협을 느끼고 즉각 조치하지 못한 것 같다”고 밝혔다.

당시 사격 훈련장에는 현역 장병 9명이 있었다. 중앙통제탑에 장교 1명, 좌우사선에 각각 장교 1명과 병사 3명이 배치돼 있었다. 사격장 하단에는 장교 2명이 사격 대기 인원을 통제했다. 최씨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조교는 3사로와 4사로 사이에 있었다.

이들 가운데 사선에 있던 조교들은 사선 뒤 또는 밑으로 대피했고, 통제탑에 있던 중앙통제관도 건물 옆으로 이동했다고 이 대령은 밝혔다.

이 대령은 “안전 통제를 위해 배치된 통제 인원들은 우발 상황 발생 시 현장에서 가장 먼저 제압하는 것이 기본 지침”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현역 장병 9명은 최씨가 동료 예비군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자살할 때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는 제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사로에 엎드려 있던 동료 예비군을 향해 조준사격에 준하는 자세로 사격을 가했으며, 10초 안에 9발을 모두 발사했다.

중수단은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최씨가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 대령은 최씨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친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 10건을 보냈으며, 이 가운데에는 “자살계획”(3월 16·24일), “5월 12일에 나는 저 세상 사람이야, 안녕”(4월 22일), “예비군이야. 실탄사격하는 날 말하지 않아도 예상”(5월 5일) 등의 메시지가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5월 12일은 최씨가 2박3일 일정의 동원훈련을 위해 입소한 날이다.

이 대령에 따르면 최씨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은 친구는 남자로, 최씨와 초·중학교 동창이며 어머니들끼리도 잘 아는 사이였다. 그러나 친구는 최씨의 문자 메시지에 답하지 않았으며, 최씨가 장난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최씨는 군 입대 전인 2010년 6월 이미 과다운동성 행실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3회 받은 전력이 있었다. 군 복무 중에는 우울증과 복무 부적응, 이해력 부족으로 임무 수행에 어려움을 보여 4차례에 걸쳐 보직을 변경했다. 전역 후에도 적응 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3회 받았다. 또 사건 4~5개월 전 선박용접공 자격증 취득에 실패해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고 한다.

이 대령은 다만 최씨와 같은 날 입소해 같은 생활관을 사용한 다른 예비군들과 최씨 사이에 마찰이 있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마찰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대령은 또 최씨가 사고 전날 조교에게 “1사로(사격 지점)가 잘 맞는다”는 이유를 대며 “1사로에서 사격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사격 훈련에 참가한 예비군들은 원하는 위치에 줄을 설 수 있었기 때문에 최씨도 1사로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이 대령은 설명했다.

한편 사격 훈련 당시 최씨의 K-2 소총에 걸려 있어야 할 안전고리는 제대로 걸려 있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절차상 예비군이 직접 안전고리를 채우고, 이를 조교가 확인했어야 하나 해당 조교는 최씨가 안전고리를 만지작거리는 것을 보고 채웠다고 판단하고 넘어갔다고 이 대령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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