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동원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다가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한 최모(23)씨는 하루 전인 12일 총기를 난사해 사람들을 죽여버리고 자살하겠다는 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최씨는 군 복무 시절 B급 관심병사로 분류돼 부대의 중점 관리를 받았고, 그의 이웃들도 최씨가 평소 동네에서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증언해 이날 사건이 정신적 문제를 겪던 최씨가 저지른 계획범죄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씨는 또 지난 1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101㎝짜리 일본도를 소지하겠다며 '도검(刀劒) 소지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당시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신체검사서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시행규칙 규정에 따라 정신감정 등 신체검사 없이 소지 허가를 받았다.
육군은 이날 사건 발생 뒤 언론에 최씨가 작성한 원고지 4장 분량의 유서를 공개했다. 최씨는 유서에서 삶에 대한 무기력증과 함께 타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살의(殺意)를 나타냈다. 최씨는 유서에서 "언제부터인가 왜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그냥 살아 있으니까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내 머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깨어 있는 게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자아감, 자존감, 나의 외적·내적인 것들 모두 싫고 낮은 느낌이 밀려온다"며 "사람들을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박증이 되어간다"고 했다.
최씨는 이어 "나는 늙어가는 내 모습이 너무 싫고 나의 현재 진행형도 싫다"며 "그래서 (군 복무 시절) GOP(근무) 때 다 죽여버릴 만큼 더 죽이고 자살할 기회를 놓친 게 너무 아쉽다. 후회된다"고 했다. 최씨는 그러면서 "내일 사격을 한다"며 "다 죽여버리고 자살하고 싶다"고 총기 난사를 예고했다.
최씨는 특히 "내가 죽으면 화장 말고 매장했으면 좋겠다. 인생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화상당했을 때와 화생방 (훈련을) 했을 때"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여 죽는 게 두렵다" "죽으면 화장하게 되는데 그 자체는 훼손 및 모독이라고 생각한다"는 등 횡설수설했다. 그는 "모든 상황이 싫다. 먼저 가서 미안하다"며 유서를 끝맺었다.
이와 관련해 최씨는 현역 시절 B급 관심병사로 부대 내에서 중점 관리 대상이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군 관계자는 "B급 관심병사(도움·배려병사)로 분류돼있던 최씨는 5사단 GOP(일반 전초)에서 20여일 근무하다 GOP 근무에서 빠졌다"며 "우울증 치료 경력 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은 병영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병사를 A급(특별관리), B급(중점관리), C급(기본관리) 등으로 구분해 관리해 왔다.
2013년 9월 전역한 최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 아버지는 숨져 어머니와 둘이 송파구에서 살았다. 최씨의 이웃들은 "최씨가 평소에 고함을 지르는 특이 행동을 자주 해 '이상한 사람'이란 말이 돌았다"고 말했다. 15년 이상 이웃이었다는 김모(66)씨는 "키가 180cm 가까이 되는 최씨는 길거리에서 윗도리를 벗고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등 기이한 행동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지난 11일 오전 최씨를 봤다는 다른 이웃 주민은 "평소 소주병을 들고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술을 좋아했고 11일에도 욕설을 하며 집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웃은 "최씨 고함으로 시달리던 주민들이 민원을 넣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10대 때인 2006년부터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하는 등 게임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심리학)는 "유서 내용이나 주변의 증언 등으로 볼 때 최씨는 전형적인 사회부적응자"라며 "자존감이 없는 상황에서 가상과 현실을 혼동하면서 불특정 다수에 대해 총격까지 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