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눈으로 질주하라, 2000마력 트럭처럼

조선일보
  • 박돈규 기자
    입력 2015.05.13 03:00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자동차를 악기이자 무기로 써… 숨가쁜 질주, 유머러스하기도

    거대한 록 콘서트처럼 돌진해오는 영화다. 악기 구성이 독특하다. 자동차들의 질주, 굉음, 총성, 화염, 모래 폭풍…. 14일 개봉하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량 150대가 사막에서 숨 막히는 추격전을 벌인다. 내연기관을 가진 사나운 짐승들이 흡입·압축·폭발·배기의 사이클을 멈추지 않는다. 심장이 쿵쾅거리지만 짜릿하다. 한 번 더 올라타고 싶은 오락 영화다.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22세기, 얼마 남지 않은 기름과 물을 차지한 독재자 임모탄이 살아남은 인류를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삶의 조건은 깡그리 무너졌다. 아내와 딸을 잃고 떠돌던 맥스(톰 하디)는 임모탄의 부하들에게 붙잡혀 노예로 되고, 폭정에 반발한 퓨리오사(샤를리즈 테론)는 임모탄의 여자들을 전투용 트럭에 싣고 달아난다. 임모탄은 맥스를 차 앞에 매달고 사냥감을 몰듯이 퓨리오사를 뒤쫓는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맥스(톰 하디)의 목표는 생존뿐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맥스(톰 하디)의 목표는 생존뿐이다.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큰 기대 없이 갔다가 횡재한 기분이다. 멜 깁슨이 주연한 '매드맥스'(1979)로 데뷔해 속편을 두 편 더 만든 조지 밀러 감독은 30년 만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솜씨 좋은 스타일리스트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기타까지 화염을 내뿜으며 사냥을 독려한다. 8기통 엔진을 달고 고속 질주하는 자동차, 고슴도치처럼 창을 잔뜩 꽂은 차량, 굴착기를 싣고 무기처럼 쓰는 트럭 등이 눈을 즐겁게 한다. 장대에 올라타 좌우로 흔들면서 덮치듯이 공격하는 장면도 창의적이다.

    밀러 감독의 말마따나 이 액션 영화는 '시각적인 음악'이다. 자동차를 악기이자 무기로 쓰면서도 유머러스하다. 톰 하디는 살아남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고독한 총잡이 맥스로, 샤를리즈 테론은 강인한 여전사 퓨리오사로 거친 에너지를 보여준다. 상상력으로 탄생한 영화 속 세계는 '설국열차'의 사막 버전처럼 끝없이 회전하면서도 긴장감이 팽팽하다. 이들이 고글을 쓰고 트럭을 몰아 거대한 모래 폭풍 속으로 돌진하는 장면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모든 드라마에는 희망의 불꽃이 있다. 이 영화에서 그것은 아기를 낳을 수 있는 여자다. 퓨리오사는 독재자이자 교주(敎主)인 임모탄으로부터 희망이자 미래를 가로채 달아나는 셈이다. 상징이 될 전투용 트럭처럼 2000마력 이상의 힘을 낸다. 한물간 영화가 아니라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120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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