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비엔날레] 單色·파격… 한국이 만들어낸 스펙트럼

입력 2015.05.11 03:00

80대 노장서 20대 젊은 피까지, 베네치아 휩쓴 韓작가 전시들

#1.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유서 깊은 건축물에 한국 노장들의 단색화(單色畵)가 걸렸다. 15세기 초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따른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 화려한 대리석 파사드(facade·전면부)를 지나니, 한 색깔 톤으로 차분하게 스스로를 낮춘 그림들이 자연 채광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한국 단색화의 초기·중기·현재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다. 하종현의 '접합'(1974)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던 벨기에 컬렉터 빈센트 매튜(43)씨는 "단순하면서도 힘이 있다"고 감탄했다.

베네치아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의 야외 공간에 설치된 이우환의 신작 ‘다이얼로그, 관계항’
베네치아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의 야외 공간에 설치된 이우환의 신작 ‘다이얼로그, 관계항’. /국제갤러리·이우환 스튜디오 제공
#2. 리알토 다리 인근에서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 독립 큐레이터 김승민이 기획한 '베니스, 이상과 현실 사이'(원제 Sleepers in Venice). 영국의 권위 있는 현대미술상인 터너상 수상작가 마크 월링거의 '슬리퍼(Sleeper)'에서 영감을 받았다. 곰으로 분장한 작가가 베를린 국립미술관 신관에서 11일간 계속 배회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다. 월링거가 흔쾌히 '전시 멘토'로 참여해 '슬리퍼' 영상을 직접 편집해 내놨고 한국 작가 7팀의 설치·사진·회화도 함께 선보인다.

80대 노장부터 20대 젊은 피까지, 한국 작가들이 베네치아를 점령했다. 세계 최고(最古)·최대 미술 축제가 열리고 있는 베네치아 곳곳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선보이고 있다. 벨기에 보고시안재단이 주최하고 국제갤러리가 후원하는 단색화전은 8월 15일까지 열린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재단의 심사를 통해 선발된 44건의 병행전시(Collateral Events) 중 하나다. 한국 추상미술 1세대인 김환기(1913~1974)를 단색화의 스승으로 내세웠고, 박서보·정상화·하종현·이우환, 작고 작가인 정창섭·권영우의 주요 작품 70여점을 소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용우 전 광주비엔날레 재단 대표는 "이번 전시는 단색화가 본격적으로 국제 무대로 가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젊은 작가들이 꾸민 '베니스, 이상과 현실 사이'는 보다 파격적이다. 장지아는 전라(全裸)의 여성이 서서 소변을 보는 사진 '서서 오줌 누는 여자'를 내놨고, 우디킴은 어두운 공간에 앉은 관객을 상대로 무용수 홀로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관객은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무용수는 적외선 카메라로 관객을 보고 있다. 김승민씨는 "젊은 작가에게 베네치아는 꿈의 무대지만 막상 비엔날레 현장에 오면 초라해지는 자신을 경험하게 된다"며 "이 전시는 작가 스스로에게 '우리는 왜 베네치아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소개했다. 전시는 6월 7일까지 계속된다.

이 밖에 이이남·박기웅·남홍 등은 '개인적인 구축물(Personal Structures)'전에서, 화가 박병춘은 '채집된 풍경'이란 개인전으로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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