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담배와 폐암, 因果관계 분명하다

조선일보
  • 박재갑 前 국립암센터원장
    입력 2015.05.11 03:00

    박재갑 前 국립암센터원장 사진
    박재갑 前 국립암센터원장

    최근 헌법재판소는 담배사업법이 헌법에 보장된 생명권·보건권·행복추구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제기한 위헌 확인 소(訴) 제기에 기각 결정을 했다. 이번 소는 폐암 환자와 임신 중 간접 흡연을 염려하는 여성, 필자를 포함한 의료인 등이 제기했다.

    헌재는 기각 결정문에서 담배와 폐암 사이에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거나, 흡연자 스스로 흡연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성이 높아서 국가가 개입해 담배의 제조 및 판매 자체를 금지해야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한 담배사업법은 경고 문구 표시, 광고 제한 등을 통해 흡연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안전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헌재 결정에는 의학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내용이 많다. 담배 연기에는 60여종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으며, 주요 성분인 니코틴은 대마초보다 중독성이 강하다. 아편만큼 중독성이 강한 마약 같은 것이다. 이에 따른 담배와 폐암 등 질병 간 필연적 인과관계는 이미 의학적·역학적으로 증명됐다. 2011년 국내에서 진행됐던 담배와 관련된 폐암 소송 2심에서도 폐암과 흡연 인과관계는 인정됐다.

    외국 담배회사들이 홈페이지에 담배가 폐암을 비롯한 많은 질병을 일으킨다는 것을 밝힐 정도다. 대한민국 정부가 정한 담뱃갑 경고문구에도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고 쓰여 있는데, 헌재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니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마치 담배회사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논리다.

    또한 헌재는 흡연이 국가가 개입할 정도로 의존성이 높지 않다고 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의학적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흡연자가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을 시도했을 때 6개월 이상 중장기 금연 성공률은 5% 미만에 불과하다. 흡연은 대마초보다 의존성이 높으며 마약과 다름없어 마약관리법으로 마약을 관리하는 것처럼 담배 역시 담배관리법에 따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담배를 산업 대상으로 보아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시대착오적인 담배사업법을 폐기하고, 국민 건강에 중점을 둬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담배관리법을 제정해 엄격히 관리하여야 한다. 암 발생과 사망의 20~30% 이상을 차지하고, 매년 5만8000여명이 흡연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담배 폐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려면 담배 제조와 매매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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