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李克强·사진) 중국 총리는 6일 장·차관들이 모인 국무원 회의에서 "신문에서 본 이야기를 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내용은 이렇다. 베이징의 한 시민은 해외여행 가려고 절차를 밟다가 '긴급 시 연락할 사람'을 적어 넣으라는 관청의 요구를 받았다. 시민이 어머니 이름과 함께 관계란에 '모(母)'라고 쓰자, 담당 공무원은 "당신 어머니가 진짜 어머니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총리 말에 회의에선 순간 웃음이 터졌지만 곧 잠잠해졌다.

리 총리는 "그걸 당장 어떻게 증명하라는 거냐? 정말 하늘이 크게 웃을 이야기 아니냐"고 했다. 이어 "여행 가려는 사람은 유쾌한 기분이었을 것인데 (관청을 방문한) 결과는 어떤 것인가"라며 "공무원이 인민을 위해 봉사하기는커녕 괴롭히거나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민은 60위안(약 1만원)을 내고서야 가족관계 증명서류 제출을 면제받았다고 한다.

이날 리 총리는 다른 사례를 더 들면서 규제 철폐와 행정 간소화를 강조했다. 하이난(海南)성의 한 노동자는 전국 모범노동자 선발 대회에 참가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원서 작성에만 8개 관청 도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며칠 동안 뛰어다녔지만, 서류 마감 전까지 8개 도장을 다 받기는 어려웠다. 리 총리는 "이 노동자가 지방 지도자의 특별 비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고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며 "인민에 대한 행정 절차가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가"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베끼기' 문제도 지적했다. 리 총리는 "대만 기업인을 만나보니 연구·개발을 통해 신제품을 중국에 출시하면 곧바로 중국 기업이 모방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며 "소송을 걸고 지방 정부에 도와달라고도 했지만, 문제 해결해주는 기관은 없었다는 게 이 기업인의 불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