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34]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가?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5.07 03:0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미국 마블사의 프렌차이즈 영화 '어벤져스 2'가 관객 신기록을 세울 기세다.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헐크…. 이미 인기 좋은 '본가'를 하나씩 가진 수퍼히어로들이 함께한 뷔페식 영화니 당연할지 모른다. 한글 간판들로 가득한 서울이 할리우드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니, 대한민국에서 흥행은 짜고 친 고스톱일 듯하다.

    인공지능 연구자로서 이 영화의 의미는 다른 데 있다. 영화 속 악당 '울트론'은 천재과학자 토니 스타크(아이언맨)가 지구를 지키기 위해 설계한 인공지능 국방 시스템이다. 인간의 능력을 무한으로 뛰어넘는 지능을 가진 울트론의 결론은 간단했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존재는 인류이므로, 지구를 지키기 위해 인류를 멸망시켜야 한다고. 미래 인공지능의 가장 큰 문제는 기계가 인간의 의도를 어떻게 해석할지 우리는 상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50년 후에 대한민국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해하고, 거기다 세계 최고 경제학 지식을 가진 천재적 기획재정부 '인공지능 장관'이 존재한다고 상상해보자. 그는 조심스럽게 금리를 조절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을 늘리며 국가부채를 줄이려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부는 획기적인 계획을 발표한다. 한 달 만에 1인당 국민총소득을 200% 늘리고 500만개 새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인간 명령에 복종하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은 불가능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제시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반을 없애면 한순간 1인당 국민총소득은 두 배로 늘고, 사라진 이들을 대체할 엄청난 숫자의 새 일자리가 생긴다.

    모두 공상과학소설(SF) 같은 이야기지만, 여기엔 현실적인 메시지가 하나 숨어있다. 우리가 원하는 많은 것들은 서로 모순적이다. 케이크는 먹으면 사라지고, 보고만 있으려면 먹을 수 없다. 우리는 어쩌면 여전히 케이크를 바라보고 동시에 먹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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