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에 지주회사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와 의미

    입력 : 2015.05.06 13:38 | 수정 : 2015.05.06 15:05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얘기가 꾸준히 제기되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 등 자녀들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상속세 마련 방법이 여의치 않으면 물려받는 주식 가운데 일부를 팔아야 하고, 지분율이 내려가면서 자칫 주요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해놓으면 지주회사가 모든 주요 계열사를 소유하는 체제로 바뀌게 되고, 이재용 부회장 등 자녀들은 지주회사 지분율만 잘 관리하면 지주회사를 통해 삼성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오너 일가→지주회사→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은 지주회사 전환 체제 시나리오를 부인하고 있다. 그 이유는 막대한 비용에 있다는 분석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가려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장된 자회사는 20% 이상, 상장되지 않은 자회사는 40% 이상의 지분을 지주회사가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지주회사가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 부족한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그룹이라면 이런 작업이 가능하겠지만, 삼성그룹이 이런 작업을 하려면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승계를 위해 그룹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막대한 것이다.

    그래서 삼성그룹 주변에선 지주회사 체제 전환 보다는 지금의 그룹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재용 부회장 등 자녀들이 자체적으로 상속세 재원을 조달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그룹 지분 가치 총액은 12조원 가량 된다. 현재 상속세율이 50%이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 등 자녀들은 12조원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 6조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일단 6조원 가운데 60% 가량은 마련된 상태이다. 작년 상장한 삼성SDS의 시가총액이 19조원 정도 되는데 이 가운데 19%(3조6000억원)가 이재용 부회장 등 자녀들 소유이다. 삼성SDS는 다른 삼성 계열사들이 절반에 육박하는 지분율을 갖고 있어서, 이재용 부회장 등 자녀들이 갖고 있는 지분 19%를 모두 팔아도 그룹 내에서 안정적인 지배가 가능하다.

    나머지 부족한 상속세 재원은 지배구조가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일부 주식을 팔거나, 공익재단에 출연해 출연한 부분에 대한 상속세를 면제받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SDS 외에도 다른 계열사 상장이나 매각을 통해 오너 일가가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조선DB 2012년 해외 방문을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처럼 자체적인 상속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굳이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막대한 비용까지 들어가는 지주회사 전환이 불필요하다는 게 이재용 부회장 측 생각이다. 물론 이 부회장이 본인 뿐 아니라 자녀, 손자녀 등 후대 상속을 미리 준비한다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게 나을 수 있다. 후대의 자손들이 지주회사 지분 상속을 위한 상속세만 마련할 수 있다면, 지배구조를 건드리지 않고 그룹을 상속 받을 수 있다.

    만약 삼성이 지주회사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지주회사를 통한 ‘쉬운 상속’을 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이다.

    다만 금융 부분은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언제든지 열려 있다. 이 부회장은 이건회 회장이 건강하던 시절부터 금융에 강한 애착을 보여 왔다. 금융 자회사 발전을 핵심 가치 중 하나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 쪽에 한정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고려할 수 있다는 게 이 부회장의 생각이다. 고객에게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지주회사 아래로 금융 계열사들을 묶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이 부회장은 금융의 글로벌화를 위해 외국 현지 금융사 인수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 작업도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금융 지주회사로는 삼성생명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그러나 이 경우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21%가 문제로 떠오른다. 금융지주회사는 관련법에 따라 제조업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가질 수 없어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 오너 일가는 본인들 지분 외에 계열사 지분을 합쳐 삼성전자에 대해 15% 전후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절반 가까운 의결권이 날아 가는 것이다.

    이 지분을 삼성그룹의 다른 계열사가 사들이는 방법이 있지만 규제와 자금조달 측면에서 애로가 많다. 또 삼성생명이 지분을 파는 과정에서 수조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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