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조 교육감이 놓친 法조항

    입력 : 2015.05.05 03:00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사진
    김민철 사회정책부 차장

    지난해 선거에서 경쟁 후보였던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해 1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달 29일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조 교육감은 "2심 재판부가 정해지는 대로 공직선거법 제250조 2항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신에게 적용한 법조항이 위헌인지 아닌지 가려보겠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거부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낼 방침이다. 조 교육감은 "허위사실공표죄는 OECD 가입 국가에는 거의 없고, 선거운동 기간에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것이므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달 23일 1심 선고가 내려지자 조 교육감 지지자들은 재판석을 향해 "너희들 두고봐. 반드시 죽인다!"고 소란을 피운 것도 비슷한 정서를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조 교육감이 문제삼고 있는 선거법 250조 2항은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른 처벌 조항과 달리 벌금 하한을 두고 있어서 유죄일 경우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선 후보가 BBK 사건으로 구속될 만한 자료를 모 변호사가 확인했다"고 발언한 정봉주 전 의원을 1년 실형 살게 한 것도, 18대 총선 때 이무영 전 의원이 "장모 후보는 민주화 시위운동이 아니라 북침설을 주장해 징역살이를 했다"고 주장했다가 당선무효형을 받은 것도 이 조항 때문이었다.

    이 조항은 처벌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적용도 엄격해지고 있다. 1991년까지만 해도 처벌 수위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50만원 이하 벌금'이었다. 그러다 1991년 말 14대 총선을 앞두고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6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하한을 설정했다. 1997년 다시 피해 대상자를 '후보자'에서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로까지 확대했다. '묻지 마 폭로'를 막지 않으면 공정한 선거를 기대할 수 없고, 가해자와 피해자에 여야가 따로 없다는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처벌받는 입장에서는 이 조항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무영 전 의원도 "벌금 하한이 지나치게 높아 과잉 입법"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에 이어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2009년 9월 재판관 전원 일치로 "입법자가 합리적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 선거 전문가는 "허위 사실 유포는 금품 향응 제공과 함께 걸리면 당선무효가 나오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극도로 조심하는 조항"이라며 "조 교육감이 선거 아마추어들로 캠프를 꾸려 선거를 치르다 보니 이 조항의 심각성을 간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 입장에서는 뼈아프겠지만 이 조항의 취지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선거를 치렀어야 했던 것이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