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연금 '改革'한다더니 국민연금까지 '改惡'한 여야

조선일보
입력 2015.05.04 03:21 | 수정 2015.05.04 04:49

국회 공무원연금 특별위원회가 2일 공무원들이 내는 연금 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올리고, 받는 연금액은 덜 받도록 하는 여야(與野) 합의 개혁안(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이와 함께 국민연금액을 현재는 2028년까지 생애 평균 소득의 40%에 맞추도록 설계돼 있는 것을 50%로 끌어올리자는 데 합의했다. 공무원연금 지원에서 절감한 돈의 일부를 국민연금에 집어넣어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애초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개혁(改革)'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곤란한 내용이다. 오죽하면 공무원노조 단체들에서조차 '성과 거뒀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합의안대로 시행되면 앞으로 70년간 1980조원이었던 공무원연금 재정 지원 부담이 330조원 정도 줄어든다. 국민은 나머지 1650조원을 매년 평균 23조원씩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5년 후나 10년 후 공무원연금을 고치지 않으면 큰일 난다며 똑같은 소동을 또다시 겪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을 논의하면서 엉뚱하게 국민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내용을 끼워넣은 것은 더 황당한 일이다. 여태껏 공무원연금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던 것은 공무원연금 적자(赤字) 보전을 위해 들어가는 국민 세금을 어떻게든 줄여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국회는 세금 부담을 쥐꼬리만큼 줄여놓고는 거기에 새로운 형태의 국민 부담을 얹어 놓고 말았다.

합의안에 따르면 생애 평균 급여가 월 300만원인 공무원은 30년 동안 매달 27만원씩 내고 나중에 연금을 월 153만원(현재는 171만원) 타게 된다. 국민연금은 지급률을 40%에서 50%로 올리면 월 급여 300만원인 국민은 매달 27만원씩(본인·사용주가 각각 절반) 보험료를 30년 내고 나서 연금은 112만5000원씩 받을 수 있게 된다. 같은 월급, 같은 부담의 국민이 공무원보다 73.5%밖에 못 받는 것이다. 왜 공무원에 비해 이런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국민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연금 지급률을 50% 수준으로 올리려면 국민연금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부터 올려야 한다. 공무원연금 절감액 가운데 일부를 국민연금에 보조해준다 해도 국민의 보험료 부담은 2065년까지 500조원 이상 늘 것이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보험료건 세금 형태건 국민 부담이 얼마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설명하거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연금을 올려 지급하겠다'고 선심부터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선거 때는 대책 없이 무상 복지를 약속하더니 이번엔 은퇴한 국민에게 현찰이라도 뿌릴 것처럼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받는 돈 늘려준다고만 하면 국민 입이 찢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국민 수준을 낮게 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사용자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구조다. 보험료를 올리게 되면 기업들의 연금 보험료 부담도 따라서 늘어난다. 국회가 무슨 권리로 기업들 얘기는 들어보지도 않고 멋대로 보험료 늘리는 합의를 한 것인가.

이런 말도 안 되는 합의가 나온 것은 새누리당 지도부가 어쨌든 공무원연금 개혁에 합의했다는 성과(成果)를 원했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퇴직 공무원과 현직 공무원 140만명 표만 의식했을 뿐, 2000만 국민연금 가입자를 우습게 보았다. 야당 지도부도 국민연금 지급액을 올려 서민들 노후(老後) 보장에 도움을 줬다는 홍보(弘報)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여야가 정치 결단을 가장해 야합(野合)한 것이다. 여야는 국민과 기업에 새 부담을 안기고서도 자기들이 큰 복지 혜택이라도 새로 준 것처럼 꾸며대는 데 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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