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연금 '맹탕 개혁', 국민이 결코 용납 안 할 것

조선일보
입력 2015.05.02 03:23

여야와 정부, 공무원단체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야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재정 절감액으로 국민연금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혁안을 처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국회 공무원연금 개혁 실무기구의 합의안 자체에 대한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합의 시한에 쫓겨 막판 절충을 벌이는 과정에서 연금 개혁의 취지가 크게 퇴색됐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한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포기한 데다, 협상 타결을 서두르면서 공무원단체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결과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지급률(연금액을 결정하는 비율)의 경우 내년부터 5년간 현행 1.9%에서 1.79%로 낮춘 뒤 다시 2036년까지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7%까지 내리기로 했다. 공무원들이 내는 보험료율인 기여율은 현재 7%에서 내년에 8%로 올린 뒤 이후 4년간 9%까지 더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2085년까지 들어가는 재정 부담이 현재의 1987조원에서 300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얼핏 보면 재정 절감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눈 가리고 아웅'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신규 채용되는 공무원들의 연금 수령액은 지금보다 꽤 줄어들지만 기존 퇴직자나 50대 현직 공무원들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더 내는' 것은 5년에 걸쳐, '덜 받는' 것은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내년에 국민 세금으로 메꿔야 하는 공무원연금 적자 3조7000억원도 크게 줄지 않는다. 당분간은 재정 지출 절감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걸 개혁이라고 한다면 국민들이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국민연금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그나마 수십 년 뒤에나 나타날 재정 절감액을 미리 앞당겨 쓰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무산시키기 위해 일부러 무리한 요구조건을 들고나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들고나온 이후 숱한 진통을 겪은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연금 개혁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이번에 맹탕 개혁을 하고 나면 다음에 손대기가 더 힘들어진다. 20년 후나 30년 후라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개혁을 할 때 제대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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