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하루 만에 빗나간 국정원의 '김정은 訪러 예측'

입력 2015.05.01 03:00

황대진 정치부 기자
황대진 정치부 기자
국가정보원은 30일 저녁 6시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5월 9일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외신 속보가 전해지자 사태 파악에 분주했다. 그동안 러시아가 김정은의 방러를 기정사실화했고 우리 정부도 그렇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바로 전날인 29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 "(김정은이) 날짜가 임박해 러시아에 갈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고 했다. 이 원장은 "러시아의 호텔 예약 상황을 체크 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이 굉장히 크고, 안에 숙식을 할 수 있는 시설도 있어서 호텔 예약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고도 했다. "김정은의 성격상 최종 단계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그의 보고는 누가 봐도 '간다'는 쪽에 무게가 있었다. 하지만 이 원장의 보고는 하루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의 방러 여부는 우리의 미·중·일·러 4강 외교에 직결된 문제다. 이 같은 점을 잘 아는 국정원도 자신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첩보를 수집하고 정보를 분석했을 것이다.

물론 국정원이라고 북한 속 사정을 100% 꿰고 있을 수는 없다. 변덕이 심하고 제멋대로인 김정은의 성격상 가려고 했다가 막판에 안 간다고 했을 수도 있다. 이제 취임 40여일이 지난 이 원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김정은의 방러 취소가 "북한 내부 사정 때문"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이제라도 그 '사정'을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은 여전히 이 원장의 취임사처럼 '전 사회가 잠들어 있을 때 국정원은 깨어서 국가 안보의 예리한 촉수 역할을 다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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