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133] 강아지는 진정 반성하는가?

조선일보
  •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입력 2015.04.30 03:00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
    집에서 혼자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일이다. 종일 바삐 일하다 집에 들어오는 순간 퇴근길에 상상했던 아늑한 집의 모습이 송두리째 허물어지는 때가 있다. 식탁 위 케이크는 바닥에 엎어져 있고, 화장지를 입에 물고 온 집을 돌아다닌 개는 주인을 빤히 바라본다. 주인이 화를 내는 순간 개의 표정은 180도 변한다. 눈과 귀는 아래로 축 처지고, 고개를 숙인다. 마치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듯 말이다. 이 모습을 본 주인은 마음이 약해져 용서해주고, 주인과 개는 다시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잠깐!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하나 할 수 있다. '선'과 '악'을 구별하고 자신의 죄를 반성하기 위해서는 고차원적으로 발달한 뇌와 인지 능력이 필요하다. 물론 개는 인간에게 길들여진 첫 동물이다. 농경사회 시작 전인 1만1000년~1만6000년 전 이미 길들여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최신 결과에 따르면 사람과 개는 서로 바라보는 동안 각자 뇌에서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oxytocin)까지 분비한다니, 둘의 관계는 확실히 특별한 듯하다. 하지만 '특별한 관계'와 '인지 능력'은 별개다. 고차원적 뇌를 갖지 않은 개가 진정으로 반성할 수 있을까?

    동물 행동 전문가 알렉산드라 호로위츠 팀은 2009년 논문에서 개는 진정으로 반성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상황 따라 가능한 개와 주인의 네 가지 행동을 상상해보자. ①나쁜 행동을 하고 주인에게 혼난다 ②나쁜 행동을 하고 주인에게 혼나지 않는다 ③나쁜 행동을 하지 않고 주인에게 혼난다 ④나쁜 행동을 하지 않고 주인에게 혼나지 않는다. 호로위츠 팀의 결과는 확실했다. 개의 행동은 진정한 반성이 아니라, 단순히 주인에게 혼나지 않으려는 전략적 행동에 불과하다. '반성하는' 개의 모습은 개를 사랑하는 인간의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국제사회로부터 크게 혼날 때마다 과거 행동을 '약간씩' 사과하는 일본 정치권 리더들. 그들은 진정으로 반성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미국과 중국의 흥분을 가라앉히려는 전략적 행동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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