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시(市)에서 27일 최악의 '폭동'이 일어났다. 경찰 구금 중 사망한 흑인 프레디 그레이(25)의 장례식을 이날 마치고 나서 격렬한 항의시위가 벌어지면서 방화와 약탈이 이어졌다. 래리 호건 주지사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임시 휴교령과 야간 통행금지 조치 등의 조치가 잇따랐으나 폭동이 진정되지 않고 있어 곧 주 방위군(5000명 규모)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백인 경관의 비무장 흑인 사살 사건으로 일어났던 미주리주 퍼거슨 사태보다 더 격렬한 시위가 볼티모어에서 일어나면서 도심 곳곳이 화염에 휩싸였다.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하면서 돌멩이와 벽돌, 병 등을 던져 경찰관 15명이 다쳤다. 이 중 2명은 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고, 혼수상태라고 경찰은 밝혔다.
이번 사태는 장례식 전날부터 예상됐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시청과 쇼핑몰 등에 모여 경찰과 정면으로 충돌하자는 주장이 올라왔고, 실제 다운타운의 몬다우민 몰(Mondawmin Mall)에서는 10대 소년들을 포함해 시위대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흑인 젊은이들이 중심이 된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사법 정의'를 외치며 벽돌과 병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발포하며 대응했다. 이후 시위대는 상가에 불을 지르고 약탈을 시작했다. 볼티모어 도심은 삽시간에 무법천지로 변해 경찰차들이 불에 탔다. CNN, 폭스뉴스 등 미국 주요 방송사는 일제히 현장을 실시간 중계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야구 경기도 취소됐다.
에릭 코왈치크 볼티모어 경찰서장은 "시위대가 다짜고짜 경찰을 공격했다"며 "시위대는 시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무법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연방정부도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테파니 롤링스-블레이크 볼티모어 시장과의 통화에서 필요한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첫 흑인 여성 법무장관 로레타 린치는 성명을 통해 "경찰관을 다치게 하고 볼티모어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부 시민의 무분별한 폭력 행위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숨진 그레이의 가족도 나섰다. 가족 변호사인 빌리 머피는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운동이 폭력으로 얼룩지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