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有錢불구속, 無錢구속" 법원에 화풀이한 검찰

입력 2015.04.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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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수 사회부 기자

2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최윤수 3차장실. 그는 다소 흥분한 어조로 "'유전(有錢) 불구속, 무전(無錢) 구속'이란 말이 생기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했다. 이날 새벽 장세주(62) 동국제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을 겨냥한 말로 들렸다. 최 차장은 구체적인 수사 내용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온 평소와 달리 이날은 장 회장의 혐의 내용을 이례적으로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곤 "수사팀의 영장 재청구 의지가 강하고 그래서 재청구를 위한 추가 수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새벽 3시 서울중앙지법 김도형 영장 담당 부장판사는 "일부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장 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자정 무렵 결론을 내리던 김 판사가 새벽 3시에나 결정한 것은 그만큼 발부냐 기각이냐의 기로에서 고민을 한 흔적일 수 있다.

보통 검사들이 스스로 범죄를 찾아 인지(認知)수사를 할 때 목표한 피의자를 구속하면 "골인시켰다"고 표현한다. 장 회장을 골인시키지 못한 검찰이 영장을 기각한 법원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그런데 영장 발부는 수사의 성공이고 영장 기각은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선 불구속 재판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지금은 구속 수사가 예외다. 대검 범죄백서를 보면 2013년에 기소한 피고인 75만5836명 가운데 구속 피고인은 2만7452명, 구속 기소 비율이 3.6%에 불과하다.

검찰 표현대로 '유전 불구속, 무전 구속'도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른 재계 순위로는 3위인 SK그룹 회장 형제와 12위인 CJ그룹 회장은 구속 기소됐다. 반면 21위인 효성그룹 회장은 영장이 기각되자 불구속 기소했고, 웅진그룹 회장은 검찰 스스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초동의 한 부장판사는 "영장 판사가 돈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상응한 판단을 했을 뿐인데도 검찰이 법리 논쟁 대신 국민정서를 자극하기 위해 감정적 언어로 법원을 모욕하고 있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동국제강 수사는 총리와 대통령이 선언한 '부패와의 전쟁'에 따라 시작된 포스코, 경남기업, 박범훈 전 수석 수사와 더불어 소나기처럼 진행되고 있는 '톱-다운식 수사'의 하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 포스코건설 김모 전무의 영장 기각에 이어 이번 장 회장 영장 기각도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빚어졌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최윤수 차장은 이날 법원을 비난하면서도 "검찰의 할 일은 구속 수사가 목표는 아니고 죄지은 사람을 기소해서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검찰은 막히면 돌아가더라도 목표에 도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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