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중문화 아이콘' GD, 미술관과 손잡다

    입력 : 2015.04.28 03:00 | 수정 : 2015.04.28 06:36

    [6월 초, 서울시립미술관·아이돌스타 지드래곤의 국내 첫 협업 전시]

    미술관 '문턱 낮추기' 추세에 파격 시도 나선 시립미술관
    실험성 강한 젊은 작가와 GD가 추구하는 예술 접목 "10대 관객 끄는 역할할 것"

    아이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사진
    아이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국내 대중문화의 대표 아이콘 지드래곤(권지용·27)이 미술관에 '입성(入城)'한다. 27일 미술계와 음악계에 따르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6월 초부터 석 달간 지드래곤을 테마로 한 미술 전시가 열린다. 지드래곤이 작가 선정과 기획에 일부 참여한다. 대중음악 스타가 순수예술을 다루는 대표 국공립미술관과 협업해 전시를 여는 건 국내 최초의 시도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크로스오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1년 전부터 지드래곤이 참여하는 미술 전시를 기획해왔으며, 현재 최종 작가 선정 등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시립미술관과 YG 측이 협의해 영상·회화·설치 등 다양한 방면의 국내외 작가 15명 안팎을 선정한 다음, 지드래곤이 추구하는 예술과 현대미술이 공유하는 가치를 협업 작품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팝스타·국내미술관 협업 최초

    대중문화 스타, 그것도 아이돌 스타가 미술관과 협업하는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모델이다. 전시는 YG 쪽에서 미술관 측에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패션·디자인 전시가 주로 열리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나 대림미술관이 아니라 순수 미술을 다루는 시립미술관을 콕 찍어 선택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 단순한 아이돌 가수를 넘어서 패션,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등 문화 전반에 파급력을 미치는 '문화 아이콘'으로 성장한 지드래곤의 입장에선 고급 예술인 '미술'을 접목시켜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시를 위해 YG 측은 미술계 출신 전담 인력을 둘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미술관으로서도 대중문화를 받아들이는 건 도박에 가까운 도전이다. 시립미술관 측은 "'팝 아이콘과 현대미술의 만남'이라는 큰 틀 아래 동시대 미술과 지드래곤이 추구하는 문화 키워드를 공유하려 한다"며 "그저 아이돌의 이름값을 활용한 전시가 아니라 새로운 버전의 현대미술 전시를 선보이려고 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공간을 활용하는 뉴미디어 작가나 실험적 예술을 하는 20~40대 젊은 작가들이 주로 물망에 오른 상태다. 김홍희 관장 부임 이후 대관 전시를 거의 하지 않고, 미디어아트 등 현대미술의 새 장르를 적극적으로 소개해온 흐름을 잇기 위함이기도 하다.

    국내 전시가 끝나면 해외 투어 전시도 이어질 전망이다. 상하이, 싱가포르 등 한류 인기가 높은 지역의 주요 미술관에서 순회 전시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전시 관계자는 "지드래곤이 한국 젊은 작가를 해외에 알리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작가 리서치를 일일이 하는 등 신중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보위, 비요크… 미술관 간 팝스타

    팝 아이콘의 미술관 전시는 최근 세계 미술관에 등장한 새로운 추세다. 2013년 런던 V&A(빅토리아앤드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가수 '데이비드 보위 회고전'이 대표적이다. 보위(68)는 1970년대에 등장한 글램록(전위적 음악과 패션 스타일로 유명한 록 음악의 하위 장르)을 대표하는 아이콘. 그의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작곡 과정, 앨범 재킷, 의상까지 총망라한 전시였다. 31만명이나 다녀갔고, 시카고현대미술관 등 5개국 순회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금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선 아이슬란드 가수 '비요크(50)' 전시가 열리고 있다. '보위 전'이 호평 일색이었던 반면 '비요크 전'은 기획 의도가 뚜렷하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2013년 런던 V&A박물관에서 열린 팝스타 ‘데이비드 보위’ 회고전(사진 위). 지난 3월부터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리는 아이슬란드 가수 ‘비요크’ 전시(사진 아래).
    2013년 런던 V&A박물관에서 열린 팝스타 ‘데이비드 보위’ 회고전(사진 위). 지난 3월부터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리는 아이슬란드 가수 ‘비요크’ 전시(사진 아래). /getty images·corbis/토픽이미지

    시립미술관이 지드래곤에게 문호를 연 데는 대중적 소재로 문턱을 낮추려는 세계 미술관들의 이 같은 추세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일가를 이룬 두 스타에 비해 지드래곤은 10년 남짓한 경력의 아이돌 스타란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있다. 김기라 작가는 "새로운 시도는 환영할 일이지만 K팝, 한류의 인기를 업고 미술이 하향 평준화되어선 안 될 것"이라며 "대중 스타를 내세웠지만 동시대 미술 담론을 고민할 수 있는 전시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익대 예술학과 정연심 교수는 "엘리티즘으로 똘똘 뭉친 미술관의 높은 벽을 허물고, 미술관에 거의 오지 않는 10대 청소년을 미술관으로 불러들이는 데는 분명 큰 역할을 할 것"이면서도 "오히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립미술관에서 상업적인 전시가 열리는 점은 논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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