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수 500만 돌파. 네 집 건너 한 집이 '나홀로족(族)'이다. 저성장 사회에서 '비자발적 싱글족'으로 살아가야 하는 젊은 세대들의 눈물겨운 현실을 반영한다. 급기야 1인 가구의 비애가 예술의 소재가 됐다. 서울 영등포 대안공간 커먼센터에서 열리는 '혼자 사는 법'전이다.
커먼센터는 2년 전 영등포 사창가 옆 허름한 사무실을 낡은 상태 그대로 활용해 만든 문화 공간. 2~4층에 네댓평 남짓한 작은 방 예닐곱개가 조르르 붙어 있다. 원룸만 한 작은 방들이다. 길종상가, 이웅열, 이상혁, 이은우, 양민영, 소목장세미 등 젊은 작가 15팀이 각자에게 할당된 방 하나를 '1인 가구 주거 방식'이란 주제로 꾸몄다. 손바닥만 한 공간에서 지내야 하는 비루한 삶의 단면부터, 1인 가구에 결핍된 요소를 해소하는 재기발랄 아이디어까지 다양하다.
작가 김동희는 조립형 나무 마룻바닥을 전시장 바닥에 깔고, 전시장 창을 떼냈다. 원룸족은 누릴 수 없는 탁 트인 거실을 전시장 안에 들여놓은 거다. 그런가 하면 창살로 만든 김재경의 '감옥 의자'는 옴짝달싹 못하는 젊은이들의 갑갑한 현실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자취생 필수품 햇반, 스팸, 3분 카레도 예술 재료가 됐다. 작가 구민자는 이들 반(半)조리 식품 패키지에 있는 조리법 사진 그대로 음식을 해본다. 초간단 요리라 홍보하나 결코 간단히 만들 수 없는 과정을 보여주며 실제와 이미지가 만들어낸 허상의 간극을 보여준다.
함영준 커먼센터 디렉터는 "어찌 보면 요즘 성행하는 카페는 5000원이면 2~3시간 정도 개인 공간을 임대하는 '초단기 임대업'이자, 1인 가구의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이다. 1인 가구 문제는 결국 협소한 공간 문제임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참여 작가 대부분이 20~30대 나홀로족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펼치는 고민이라 더 공감이 간다. 먼지 풀풀 날리는, 폐허 직전의 전시장을 나서는 길, 마음이 복잡해진다. 때로 시궁창 같은 현실에 발붙인 예술이, 티끌 하나 없는 미술관에서 뒷짐 진 예술보다 더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1인 가구와 비슷한 신세로 주류 예술 틈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고민을 엿볼 기회다. 전시는 5월 25일까지. 5월 20~25일엔 1인 가구용 소품을 파는 '큐브 리빙 아트 페어'도 열린다. 문의 (070)7715-8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