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A(49)씨는 지난해 3월 11일 새벽 서울 동작대교 부근 올림픽대로에서 일명 '칼치기' 운전을 한 차량 탓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날 오전 5시 20분쯤 A씨는 1차선에서 송모(26)씨가 몰던 외제차 뒤를 따라 택배차를 몰고 있었는데, 갑자기 2차선에서 한 차량이 빠르게 달려나오더니 송씨가 몰던 외제차 앞으로 끼어들었다. 외제차 운전자 송씨는 급브레이크를 밟았고, A씨도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택배차는 송씨의 차를 들이받고 전복됐다. 칼치기 차량이 줄행랑을 치면서 맨 뒤에서 주행하다 앞선 외제차를 들이받은 A씨가 '안전거리 미확보'로 사고 책임을 모두 떠안게 됐다. A씨가 가입한 보험회사는 송씨와 송씨의 차에 타고 있던 젊은이들의 치료비와 차량 수리비로 총 1700여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사실 A씨가 당한 사고는 외제차 앞으로 칼치기해 끼어든 차를 운전한 김모(27)씨가 외제차 운전자 송씨와 짜고 벌인 보험사기였다. 송씨는 물론 외제차에 타고 있던 젊은이들은 모두 김씨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이었고, 송씨가 몰던 외제차는 김씨가 사채업자로부터 사들인 대포차였다. 김씨는 미리 대포차 소유주의 명의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했고, 사고가 난 뒤에는 소유주 명의의 위임장을 써 송씨에게 보험금을 받아오도록 했다. 송씨는 김씨를 도운 대가로 일당 30만원을 받았다.
27일 서울 방배경찰서는 서울·경기 일대 고속도로에서 이처럼 칼치기 수법으로 교통사고를 내 총 69차례에 걸쳐 보험금 13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김씨와 아르바이트 모집책 박모(26·대학생)씨를 구속하고, 송씨 등 김씨의 아르바이트생으로 활동한 20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와 함께 칼치기 보험사기에 가담했다 잠적한 또 다른 김모(27)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차량이 드문 심야에 고속도로 1차선에서 과속을 하는 차량을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대상이 정해지면 아르바이트생이 탄 외제차가 피해 차량 앞으로 간 뒤 천천히 속도를 줄였고, 김씨가 탄 차량이 순간적으로 2차선에서 속도를 내며 달려와 외제차 앞으로 끼어들어 급정거를 유도했다. 김씨는 차량 한 대로 급정거해 추돌사고를 낼 경우 고의로 사고를 유발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어 외제차 앞에서 끼어들기를 한뒤 재빠르게 달아났다고 한다.
김씨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도 보험금을 많이 타기 위해 공범 박씨로 하여금 사고를 당하는 외제차 운전자와 동석자 역할을 할 아르바이트생을 끌어모으게 했다. 김씨는 칼치기 차량을 운전하며 자기가 끼어드는 순간 외제차에 탑승한 아르바이트생에게 전화로 "(브레이크) 밟아!"라고 지시했다. 운전이 미숙한 아르바이트생은 미리 운전 연습을 시키고, "크게 다칠 것 같아 무섭다"며 빠지려는 아르바이트생은 조수석에 동승하는 역할로 바꿔줬다. 어떤 때에는 자신들이 데리고 있던 '사고 전문 기사' 김모(25)씨에게 추돌당하는 차의 운전을 맡겼다. 이들은 사고 이력 조회에서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범행에 2~3차례 쓴 대포차는 팔고,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차를 구입하거나 자동차 보험에 가입할 때 아르바이트생 명의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