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행정관 출신의 여론조사, 선거법 위반 논란

입력 2015.04.27 16:33 | 수정 2015.04.27 16:45

4·29 재·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서울시 선관위 산하 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1위라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27일 밝혔다.

리서치뷰는 앞서 지난 17~20일 서울 관악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43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가 36.7%,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36.5%, 무소속 정동영 후보 15.8%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30대의 정동영 후보 지지율은 0.9%에 불과했다. 61.9%를 기록한 정태호 후보와 격차가 컸다. 이에 정동영 후보 측은 선관위에 조사 방식에 대한 이의를 신청하는 등 정동영 후보측과 오신환 후보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에 대해 공정심의위는 “가중치 보정 방법으로 제18대 대선 득표율 및 제18대 총선 투표율로 가중치를 반복비례 적용한 방식은 조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조사결과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한 것”이라며 “이는 공직선거법제108조 및 선거여론조사기준제4조의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리서치뷰의 여론조사 방식에 문제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여론조사에서 가중치를 줄 때는 보통 성·연령·지역 같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으로만 가중치를 준다”면서 “리서치뷰의 가중치 보정 방법은 새정치연합 지지자의 수를 실제보다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리서치뷰의 조사 방법은 상당히 문제가 심각하다”며 “의도한 것이라면 매우 나쁜 행위이고, 의도하지 않았다면 무지막지한 실수”라고 말했다.

4.29 재보선 관악을에 출마한 무소속 정동영 후보(왼쪽부터),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지난 20일 관악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손을 잡고 있다.
4.29 재보선 관악을에 출마한 무소속 정동영 후보(왼쪽부터),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지난 20일 관악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손을 잡고 있다.

새누리당 정준길 수석부대변인은 “그동안 일부 몰지각한 여론조사 기관들이 선거 컨설팅 회사를 겸업하며 특정 후보를 유리하게 하는 이른바 ‘떴다방식 여론조사’로 민심을 호도해 왔다. 이들은 선거판에서 영원히 퇴출돼야 마땅하다”며 “리서치뷰의 여론조작이 확인된 이상 서울시 선관위는 검찰에 즉시 고발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리서치뷰가 정태호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작한 데 대해 배후가 있는지 여부, 리서치뷰가 실시한 다른 재보궐선거 지역의 여론조사에서도 여론조작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해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측은 리서치뷰 여론조사의 표본 수가 431명에 불과하고, 20대와 30대 표본이 각각 30여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여론조작에 가까운 중대한 하자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결과가 과연 상식에 부합하는 결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름도 없는 군소후보도 아니고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동영 후보가 30대에서 0.9%를 기록한 것이 과연 객관적인 조선 결과일까”라고 의문을 제시했었다.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회 오민애 공동대변인도 이날 성명을 통해 “리서치뷰 대표가 정태호 후보와 같은 시기에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전투표를 앞두고 그동안 여러 차례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한 번도 1위를 한 적이 없는 정태호 후보가 유독 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만 1위로 나타나 신뢰성에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정동영 후보 대변인인 임종인 전 의원은 “여론조사 기관이 여론을 왜곡·조작하고 후보들은 이를 선거에 활용하는 선거 풍토가 이번 선관위 결정으로 근절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 측은 이날 리서치뷰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 금천경찰서에 고발하기도 했다. 정동영 후보 측 임종인 대변인은 "문제는 지금까지 이 위법한 여론조사가 선거에 이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며 "정태호 후보는 위법한 여론조사를 활용해 민심을 왜곡한 사태에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태호 후보 측도 정동영 후보를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했다. 해당 여론조사는 캠프에서 의뢰한 적 없이 해당 기관에서 임의로 자체 조사한 것일 뿐이며 현수막 또한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라 걸었다는 것이다. 정태호 후보 측 김형기 공보특보는 "정태호 후보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현수막을 내걸었고, 선거전략 차원에서 어제 공약이 적시된 현수막으로 교체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오 후보 측도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가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관을 역임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강력 반발했었다. 안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하다가 2003년 9월 구설에 올라 사표를 냈었다.

안 대표의 리서치뷰는 그동안 야당 편향적인 여론조사로 수 차례 도마에 올랐었다. 지난 2012년 12월 19일 대선 투표 종료 직후에는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와 함께 발표한 예측 조사에서 ‘문재인 50.4%, 당선 확실’이란 제하의 조사를 발표했었다. 당시 지상파 3사 출구 조사와 달랐던 이 조사에 대해 일각에선 “여론조사 회사 대표가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기 때문”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개표 결과가 곧 나올 시점에 일부러 틀린 조사를 발표할 리 없기 때문에 ‘단순 역량 부족’ 정도로 치부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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