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내린 '神들의 땅'… 네팔 세계문화유산 4곳 초토화

입력 2015.04.27 03:00 | 수정 2015.04.27 12:28

1934년 대지진때도 버텨냈던 '다라하라 타워' 붕괴
1700년전 조성된 불교·힌두양식 '더르바르 광장'도

대부분 목재·벽돌로 제작… 유적 피해규모 더욱 커져
"100년마다 대지진 발생" 속설이 현실로 드러난 셈

네팔 카트만두를 관광 중이던 다르무 수베디(36)씨는 25일 낮 중심가에 위치한 다라하라 타워를 찾았다. 약 62m 높이의 흰색 9층탑 다라하라 타워는 213개 계단을 오르면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관광 필수 코스였다. 입구로 들어서려던 순간에 수베디씨는 발밑으로 땅의 진동을 느꼈다. 81년 만에 다시 카트만두를 강타한 대지진의 시작이었다.

중심을 잃고 넘어진 수베디씨의 눈앞에서 다라하라 타워가 지진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잔해가 수베디씨의 몸을 뒤덮었다. 가까스로 돌 무더기 사이에서 구조된 그는 "잔해에 갇혀 숨도 쉴 수 없었다. 살아난 게 기적 같다"고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점심때를 맞아 다라하라 타워를 찾았던 200여명 가운데 생존자는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카트만두 중심 시가지에 위치한 62m 높이의 다라하라 타워가 25일 강진으로 대(臺)만 남고 완전히 무너졌다(오른쪽). 1832년 세워진 이 타워는 2005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다라하라 타워가 무너지면서 전망대의 관광객 등180여명이 사망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작년 7월 무너지기 전의 다라하라 타워 모습.
카트만두 중심 시가지에 위치한 62m 높이의 다라하라 타워가 25일 강진으로 대(臺)만 남고 완전히 무너졌다(오른쪽). 1832년 세워진 이 타워는 2005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됐다. 다라하라 타워가 무너지면서 전망대의 관광객 등180여명이 사망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작년 7월 무너지기 전의 다라하라 타워 모습. /AP뉴시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자, 네팔 역사상 최대 규모(8.0)였던 1934년 '네팔-비하르 대지진'도 거뜬히 버텨낸 다라하라 타워(1832년 건립)는 이렇게 무너졌다. 네팔 강진의 역사 속에 사라져버린 비운의 탑은 다라하라 타워 외에 하나 더 있다. 다라하라 타워가 지어지기 8년 전인 1824년에 세워진 '빔센 타워'다. 이 두 탑은 지진 때마다 붕괴의 위험을 겪었다. 1834년 지진 때 두 탑은 모두 무사했다. 그러나 100년 후인 1934년 대지진에는 빔센 타워가 두 개 층만 남기고 무너졌다.

하지만 동생 격인 다라하라 타워는 이후에도 빈번하게 이어진 네팔의 지진 속에서 80여년을 버텨왔다. 그러나 25일 지진은 이겨내지 못했다. 이제는 사라진 두 탑의 역사를 되짚으며 네팔 국민은 '100년마다 대지진이 일어난다는 속설이 맞는다'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네팔의 4개 지역(카트만두 계곡·부처의 탄생지 룸비니·사가르마타 국립공원·치트완 국립공원) 가운데 이번 지진의 피해가 심한 곳은 '카트만두 계곡' 지구다. 수도 카트만두의 다라하라 타워와 마주 데왈 사원뿐 아니라 인근 산악 주거지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까지 송두리째 무너져내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카트만두 계곡 지구에서 유명한 세계문화유산 7곳 가운데 바크타푸르의 더르바르 광장, 바산타푸르의 더르바르 광장, 파탄의 더르바르 광장, 보드나트의 불탑(스투파) 등 4곳이 심하게 파괴됐다"고 전했다. '더르바르'는 왕궁을 뜻하며, 왕정 시대 쓰였던 옛 왕궁을 중심으로 형성된 건축물을 통칭해 더르바르 광장이라고 부른다.

네팔 카트만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파탄 더르바르 광장이 25일 지진으로 주요 건물들이 무너져내렸다. 왼쪽 사진은 지진 이전의 파탄 더르바르 광장. 이 일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7곳 가운데 최소 4곳이 지진으로 손상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네팔 카트만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파탄 더르바르 광장이 25일 지진으로 주요 건물들이 무너져내렸다. 왼쪽 사진은 지진 이전의 파탄 더르바르 광장. 이 일대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7곳 가운데 최소 4곳이 지진으로 손상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위터 캡처
이 중에서 파탄의 더르바르 광장은 1700여년 전에 조성돼 불교와 힌두교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곳으로 유명한데 이번 지진으로 상당수 건물이 무너져내렸다. 소라 껍데기처럼 사원이 밀집한 바크타푸르의 더르바르 광장, 네팔 왕가가 19세기까지 거주했던 바산다푸르 더르바르 광장, 히말라야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불탑으로 꼽히는 보다나트 스투파도 이번 지진에 훼손됐다.

신들의 땅으로 불리는 카트만두 계곡은 유네스코가 '카트만두의 종교적·사회적·도시적 중심지'로 꼽는 지역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점토를 구워 만든 타일과 동으로 만든 장식으로 꾸민 지붕, 다양한 문양을 새긴 창문과 독특한 형태의 불상 등의 파편이 현장에 널려 있다"며 "유적지의 문화유산이 대부분 목재와 벽돌 등으로 만들어져 지진 피해가 컸다"고 전했다.

유네스코는 "지진으로 역사적 유산을 잃은 네팔에 위로의 뜻을 전하며 재건을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카트만두 인근의 문화유산 밀집 지역엔 26일에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문화재 훼손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재가 다수 파괴됨에 따라 네팔의 핵심 산업인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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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화면 캡처
[뉴스특보] 세계 각국 구조대 네팔 현지 속속 도착…한국 100만달러 지원 TV조선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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